김미희ㆍ이상규 의원 등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돈을 1990년대에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진당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적단체로 확정판결을 받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조직한 김영환(51)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16차 공개변론에 청구인(법무부)측 증인으로 출석해 “민혁당 하부조직에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에 입후보하라고 지시, 성남에서 김미희 후보가, 구로에서 이상규 후보가 각각 지방선거에 출마했다”며 “한 명당 500만원씩 지원했는데 북한 밀입북 당시 받은 40만달러와 민혁당 재정사업으로 번 돈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인 김씨는 1980년대 운동권의 주체사상 교본격인 ‘강철서신’의 저자다. 그는 1989년 노동당에 입당하고 북한이 보내준 잠수함을 타고 밀입북해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나고 돌아온 뒤 지하 정당인 민혁당을 조직했다. 이후 1999년 구속됐다가 전향한 뒤 북한과 주체사상파를 비판하는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통진당이 민혁당의 후신과 같고 주사파들이 주축이 된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주도 하에 폭력혁명을 추진해왔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통진당 해산 청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통진당의 전현직 지도부, 최고위원, 국회의원들을 두루 거명하며 김영환이 했던 증언은 모두 사실무근임을 확인한다. 김영환은 위증과 명예훼손에 대해서 그 대가를 무겁게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23일자 사설.
 

여기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통합진보당의 해산은 당연하다며 맹공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23일자 사설 <주사파 대부가 증언한 이석기·김미희·이상규의 실체>에서 “김 씨가 통진당을 폭력 혁명과 종북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이라고 규정한 것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통진당과 구성원들이 국보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북의 3대 세습 체제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까닭을 알 만하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런 정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보호를 받으면서 국고 지원까지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헌재의 조속하고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진당의 해산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논조는 더욱 뚜렷했다. 이 신문은 23일자 사설 <북한돈으로 통진당 의원 두 명 지원했다는 충격적 발언>에서 “지금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통진당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두 의원을 포함한 통진당 일부 간부가 과거 민혁당 조직원으로 활동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맞는지, 95년에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23일자 사설.
 

김영환씨는 “(이·김 의원이) 북한돈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고 민혁당이 주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이들이 그런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북한돈을 받고 성장한 사람이 지금은 국회의원에 당선돼 세비(歲費)를 받으면서 이 나라의 운명과 직결된 각종 정보에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통진당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외치며 북한 대변자 같은 노릇을 해왔다. 통진당엔 지금도 과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통진당이 지난 10여년 이상 국회를 활보하면서 받아간 국민 세금만 수십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통진당은 헌재(憲裁)의 정당 해산 심판과는 별개로 북의 3대 세습과 핵개발, 인권 탄압, 민혁당을 비롯한 과거 간첩단 사건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와 조선 입장에서 통진당의 해산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어떨까. 정철근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3일자 칼럼에서 “이석기·김미희·이상규 의원은 한때 김영환의 사상적 영향을 받았던 NL(민족해방)계 운동권 출신”이라며 “이석기 의원은 김영환씨가 민혁당 1인자였을 때 당 서열 5위쯤 하는 경기남부위원장을 맡았다. 서울대 약대 학생회장 출신의 김미희 의원은 졸업 후 경기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이다.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을 지낸 이상규 의원도 졸업 후 서울 구로·영등포 지역에서 야학과 노동운동을 했다. 하지만 예전의 동지가 지금은 적이 돼 서로를 부정하고 있다”고 적었다. 

정철근 논설위원은 “김씨의 증언으로 통진당 재판은 거의 막바지에 접어든 느낌”이라며 “헌재에서 가장 참고하고 있는 사례는 56년 독일 헌재의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이다. 국내외 상황과 재판 쟁점 등이 통진당 사건과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통진당 해산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독일 헌재는 청구한 지 5년 만에 독일공산당 해산을 결정했다. 한편 이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등 타사 종합일간지는 이 사안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다음은 전국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야 “자원외교 국정조사…MB도 불러야”> 
국민일보 <1등이 아니라서 기억합니다> 
동아일보 <“꿈의 재취업, 희망을 봤어요”> 
서울신문 <특전사 ‘北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 보급> 
세계일보 <비정규직 고용기간 3년으로 늘린다> 
조선일보 <돈 풀어도…금고‧은행서 썩고 있다> 
중앙일보 <간판보다 취업, 올 239명 서울대 포기> 
한겨레신문 <억류자 풀어주고 인권실사 수용 시사…북 잇단 유화행보>
한국일보 <방산업체 뒤덮은 ‘군피아 낙하산’>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