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메신저 대화 내용 보관 기간을 1주일로 늘리도록 정당화하는 법을 만드는 건 어떻겠습니까?”

새누리당 내에서 다음카카오의 대화 자료 보관 일수 축소에 대응하는 새로운 법 개정안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객정보보호와 준법 경영에 대한 인터넷 기업의 사회적 책임’ 주제의 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 하다는 전제 하에 통신회사 등은 감청 영장이 요구하는 자료를 일주일 치씩 모아서 (수사기관에) 제공한다고 법이나 시행령에 규정하면 어떻겠느냐”고 이날 참석한 기업의 의견을 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홍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회CSR포럼이 주최했으며 법무부, 검·경 담당자 등 정부 측과 인터넷기업협회와 다음카카오 등 민간 기업 등이 참여해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현안과 법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앞서 같은 당 강기윤 의원이 21일 국감 종반 대책회의에서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운영자들이 (대화 내용을) 2~3일 보관하고 폐기하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2~3일 걸리고 나면 결국 그 자료는 받을 수 없다”며 “업체측이 1주일치를 보관할 수 있는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고객정보보호와 인터넷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홍 의원을 중심으로 왼편에 자리 잡은 업계 관계자들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홍 의원 지목을 받은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구체적인 방법을 적시하기는 그렇고 법률적 의무가 명확하고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 진다면 기업은 법률을 존중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병선 다음카카오 대외협력 이사도 홍 의원의 질문에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홍 의원은 “(기업이 관련 자료를) 2~3일 만 보관하겠다고 하면 사실상 이런 조치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국내외에 메신저 서비스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사업자가 협조할 수는 없고 결국 당사자의 스마트폰을 직접 감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사자가 스마트폰에서 대화 내용이 즉시 삭제되는 옵션을 선택하면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며 “감청만이 유일한 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감청과 관련한 명확한 법 규정과 기업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성진 사무국장은 “기업이 사회 법 제도를 따르면 존중받고 신뢰받아야 하는데 기업이 공적 목적에 따라 법률에 정해진 의무를 다한 것, 법률 문제 지적 이후에도 개선이 안돼 기업 신뢰성이 하락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기업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한다.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통비법 개정은 여전히 안 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병선 이사는 “국내에서 해외 서비스를 선택할 수 없는 전화와 달리 메신저의 경우 해외 서비스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하고 또 1 대 1 대화보다는 소위 ‘단톡방’이라고 하는 단체 대화가 많아서 이 부분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기업 환경과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날 △제3자에 대한 감청 통지 의무와 △압수 자료 중 수사 외 자료는 신속히 삭제하도록 한 내용을 포함한 통비법 개정안을 오늘 발의했다.

새누리당의 대화 내용 저장 기간 연장에 대해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서명브리핑에서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카톡 저장 기간 연장 필요성을 제기하자 공안당국이 감청영장 집행 등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통비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누가 봐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뻔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 대규모 ‘사이버 망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굴의 사찰 의지를 내비치며 법 개정까지 강행하겠다는 정부여당의 한심하고 망신스러운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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