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경찰이 ‘항공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금껏 ‘법적 제재 근거가 없다’고 밝혔던 통일부가 입장을 바꾸는 등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풍선은 항공법상 초경량비행장치에 해당해 국방부 등 승인 없이는 살포가 위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도 오늘 언론보도를 보고 내용을 알게 됐다”며 “항공법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검토가 된 적이 없지만 관계부처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항공법은 법령상 국토교통부 소관이므로 해당 부처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토부의 의견을 받으면 나머지 사항을 고려해 항공법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제까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추진할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로 제한할 법적 근거나 관련 규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실제로 임병철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해당 단체가 정부에 신고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신고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강제로 제한할 법적 근거나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설득하는 것 말고는 정부가 취할 방법은 현재로써는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묵인하면 남북관계는 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후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주차장에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대북전단 풍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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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서울·경기지방경찰청 국정감사 과정에서 “경기 파주 임진각 앞 광장은 항공법상 휴전선 비행금지구역(P-518)으로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령부에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 풍선을 살포하려면 국방부 장관이나 한미연합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22일 경기경찰청 국정감사에 공개한 질의 내용에 따르면 경기경찰청은 “임진각 인근이 항공법상 비행금지구역에 해당하지만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경기청에 승인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지역주민과 마찰과 찬반단체 간 물리적 충돌, 항공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탈북자 단체가 풍선 날리기 행사나 집회·시위를 할 때 경찰은 찬반단체 간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경력을 배치할 수 있다”며 “항공법 적용은 아직 검토 중이고 최종 검토가 완료되면 확실한 답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재연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경찰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단을 풍선에 묶어 날리는 행사를 개최한 시민단체는 항공법상 비행금지구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막으면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날리기 행사는 허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구은수 서울청장이 “광화문 광장은 항공법상 비행금지구역으로 수도방위사령관(국방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휴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항공법에 위반이 된다면 막아야 한다”고 답하면서 대북전단 살포의 위법성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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