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사이버 수사 확대로 ‘사이버 검열’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경찰에게 사이버 범죄 대응능력이 우수하다고 극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이버망명까지 벌이는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제69회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낭독한 축사에서 경찰의 실적에 대해 “총 범죄와 주요 5대 범죄가 지난해보다 4%이상 감소했고, 검거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4대 사회악’ 척결에 적극 나서면서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의 범죄 피해와 재범률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IT 강국에 걸맞은 사이버범죄 대응 역량은 이미 세계 각국이 그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고, 과학수사 등 치안행정을 세계 각국에 전수함으로써 행정 한류 확산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박 대통령은 “중요한 국제행사들을 안전하게 치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우리 경찰이 사명감을 갖고 국민 안전과 치안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경찰이 정작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밴드 등 사이버사찰 최전선에 있으면서 사이버수사를 통해 혐의자 뿐 아니라 그 주변인사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검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는 외면했다. 우수해진 사이버범죄 수사능력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해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배려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찰의) 우수한 수사능력을 수많은 국민의 사적 영역을 사이버 검열하는데 악용하는 것이 우려되는 것”이라며 “그런 수사력을 가진 경찰의 공권력을 사적 영역을 초법적으로 검열하는데 사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자,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사이버수사대가 아무리 잘한다 해도 그것은 명백한 범죄사실에 한해 제한적으로 범행을 규명하는데 발휘해야지 사적영역 들여다 보는데 써서 되겠느냐”며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옳지도 않고, 국민의 우려를 자각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둔 국민도 불행하고 대통령 스스로도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사 능력과 무관하게 사이버범죄 대응에서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것이 경찰 책무인데, 최근 카카오톡 수사를 하는데, 40일치 사용요구까지 한 것이 경찰이었다”며 “사이버 기술을 오남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활동가는 “대통령이라면 이런 면을 살펴보고 민권이 디지털시대에 얼마나 보장되는지를 헤아려야지 (수사능력이라는) 한쪽만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