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다음 달 말 경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로 파견될 예정이다. 정부는 21일 다음 달 초 선발대를 보내고 이후 민간과 군 의료 인력으로 구성된 국내 의료진 20여 명이 파견돼 내년 1월 말까지 머물며 진료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공조 차원에서 전염병으로 고통 받는 지역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을 나쁜 일로 볼 수 없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에볼라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고 밝혔고 “긴급구호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미 13개국이 의료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오히려 국제공조에서 한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의료진 파견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22일 <에볼라 국제연대 만시지탄, 적극 참여해야> 사설에서 “지금부터라도 능동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국제적 책임과 연대 움직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국내 보건체계의 대책이 부실하고 뚜렷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적 불안감이 높다는 점이다. 각국의 의료진들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만큼, 아직 이 병은 전파경로조차 불명확하기 때문에 의료진 파견을 두고 국내전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애초에 의료계부터 마뜩찮은 눈치다. 의료계 소식을 전하는 <메디파나 뉴스>는 정부의 의료진 파견에 대해 “의료계의 시선이 차갑다”며 “국제 공조 차원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안전성은 여전히 물음표인 것이 이유”라고 전했다. 이 언론은 “결국 공공의료기관에서 파견 인력이 나서는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에볼라 바이러스의 모습. 사진=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메디칼타임즈>도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소속 간호사들이 무더기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의료진 내에서도 불안감이 높다는 징후다.

의료진 파견에 찬성하는 언론도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유근형 기자는 <에볼라 파견, 돌다리 두들기듯 안전대책을>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의료진 안전 대책은 부실하다”며 “현지 의료진 감염 뿐 아니라 국내로 유입되는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SNS에서는 어떤 반응일까? 대부분 부정적이다. 정부가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반응이많다. “의사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건 어떨까?”, “물에 빠진 국민도 구조하지 않고 다 죽이는 나라에서 에볼라 의료진이 병에 걸리면 치료해주겠다는 말을 믿으라고?”와 같은 반응이 나온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전체 환자의 5%. 선진국도 전전긍긍인데 감염위험 무릅쓰고 반드시 보내야 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지적했고, “의료진이 에볼라 감염되어 국내로 들어오면 누가 책임을 질 건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자의 상당수가 의료진”이라는 비판도 있다. 국감을 불출석하고 중국으로 간 “적십자 총재를 보내자”는 비아냥도 나온다.

SNS에서는 의료진이 파견되고 이들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국내 입국도 못하고 해외를 떠돌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반면 트위터에서도 “국가의 입장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서아프리카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이 잠재적 위험으로 부터 국민을 지키는 현시점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 파견 결정이 의료계와 숙의 끝에 나온 결정도 아니고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검역체계는 별다른 정책도 없다는 것이다. 국내 병원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치료할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인도적 차원임은 이해하지만 불안감이 당위성을 넘어선 것이다.

그 밖에 각종 참사에서 국민들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국가가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책임을 질 수 있냐는 지적도 종종 눈에 띈다. 왜 우리 국민들은 정부를 이토록 불신하고 있을까? 국제공조에 앞서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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