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김성주 대한적십자가 총재가 21일 해외로 출국했다. 국회 야당 보건복지위원회는 ‘뺑소니 출국’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총재는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선피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에서 무기 구매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대령 4명이 관련 법령을 어기고 전역 뒤 자신의 담당 업무와 동일한 분야의 방산업체에 불법 취업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지난 20일 국방위 국감에서 ‘군피아(군대+마피아)’ 문제를 질타했다. 

올해 국정감사는 정관계 출신 낙하산 인사를 일컫는 ‘ㅇ피아’ 전성시대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로 시작한 ‘ㅇ피아’ 논란은 해당자의 출신 부처명과 마피아의 뒤 두 글자를 합한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 ‘선피아’ 논란에 휩싸인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21일 중국으로 출국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출석 회피를 위한 ‘뻉소니 출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16일 취임식에 참석한 김성주 총재. @연합뉴스

 

 

분류도 다양하다. 크게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권+마피아)로 나뉜다. 

‘관피아’는 정부 산하 기관 출신으로 교피아(교육부+마피아), 세피아(국세공무원+마피아), 소피아(소방방재청+마피아), 핵피아(한국수력원자력+마피아), 도피아(도로공사+마피아), 공피아(공정거래위원회+마피아), 철피아(코레일 옛 철도공사+마피아) 등을 통칭한다. 

‘정피아’는 대표적으로 박피아(친박 인사+마피아)를 비롯해 선피아(박 대통령 선대위+마피아) 등 주로 선거를 도운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내는 데서 나온 말이다. 정피아에는 집권당 출신의 시·도의원이나 지난 지방선거 당내 경선 낙선 인사, 국회의원 보좌관 등도 포함된다.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달 초 낸 ‘공공기관 친박인명사전 2’를 통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1년 6개월 동안 총 132개 공공기관의 기관장·감사·이사 등 213개 직위에 모두 205명의 친박 인사가 선임됐다고 밝혔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통피아’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통피아는 정부나 정치권 출신이 아닌 민간의 이동통신 3사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통피아’는 기업의 우월적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막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 문제가 봇물을 이룬 데에는 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대국민 담화에서 5월 19일 ‘관피아 척결’을 내세웠다. 하지만 관피아는 여전했고, 일부 관피아가 퇴출된 자리에는 ‘정피아’가 득세했다. 야당 등에서는 ‘관피아’와 ‘정피아’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국민의 혈세, 국민의 세금을 쓰는 국가기관에 제대로 된 기관장이 가야 한다”며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관피아나 정피아를 막을 대안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관피아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무원 재취업 시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정피아에 대한 지적은 규모와 현황만 난무할 뿐 야권도 근절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정피아의 구체적인 비리 정황이 아니라 ‘인사’만을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자칫 한탕주의 언론보도용으로 비칠 때도 있다”며 “해당 인사가 민주적 절차를 어겼다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정치발전소 정책팀장은 “현재 정피아 논란은 ‘보은인사’ 논란도 있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야당에서도 똑같이 겪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집권당과 정치철학이 맞는 인사들의 주요보직 배치는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그 인력풀이 선대위의 비전문적 인사에 한정되는 것이 문제”라며 “독일과 스웨덴 등은 정당에 소속된 전문가를 요직에 배치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적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