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우울한 정도가 아니다. 두 달이 멀다 하고 대형 참사가 잇따라 터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서만 대형 안전사고가 5건이나 터졌다. 지난 2월 17일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사망 10명)를 시작으로, 4월 16일 세월호 참사(사망 294명·실종 10명), 5월 26일 경기도 고양시 버스터미널 화재(사망 8명), 이틀 뒤인 5월 28일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사망 21명), 그리고 지난 17일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로 직장인 등 16명이 목숨을 잃고 11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비통에 잠겨 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슬픔을 넘어, 분노, 허탈, 좌절과 냉소의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와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를 새삼 되묻게 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나라의 기초를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그런데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생뚱맞게 개헌 논의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1987년 6.10 민중항쟁의 결과, 여야 합의로 탄생한 현재의 헌법은 나무랄 데 없는 체제와 내용을 갖추고 있다. 1987년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헌법을 꼭 바꿔야 할 정도로 본질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헌법은 가급적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기본법(basic law)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개헌 필요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대통령 중심제와 5년 단임제 등의 폐단은 전혀 새삼스런 내용이 아니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등과 장단점을 비교해 충분히 검토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채택했던 제도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런 저런 정치적 복선을 깔고 개헌 문제를 꺼낸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개헌 필요성에 맞장구를 치는 작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헌법이 만들어지는 절차라는 관점에서 볼 때, “헌법은 제정이나 개정 당시의 모든 정치 세력 사이의 역학관계 혹은 타협의 산물이다.” 현재 입법부를 비롯한 정치권 전체의 역학관계를 볼 때, 야당이 절대 열세에 있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지금 헌법을 고치면,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1987년 헌법을 개악하는 결과를 가져 올 뿐이다. 따라서, 야당과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개헌은 미친 짓이다. 

경기 침체와 복지 축소 등으로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개헌은 여야 정치인들의 ‘놀음’일 뿐이다. 여야는 개헌논의를 당장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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