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교사선언 교사 밴드 대화내용까지 들여다봤다”
“경찰, 교사선언 교사 밴드 대화내용까지 들여다봤다”
[인터뷰] 2차 교사선언 밴드 운영자 강경표 해직교사

경찰이 세월호 참사 관련 2차 교사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까지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의 ‘사이버 망명’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가입된 네이버 밴드 ‘선언2’의 5월1일부터 7월10일 사이의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8월1일 집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는 해당 밴드의 참여자 이름과 전화번호, 대화 내용 등 모든 정보가 포함됐지만, 네이버 밴드 측이 당시 밴드에 남아 있던 교사 21명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제공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선언2’ 밴드 운영자인 강경표 전 한성여고 교사에 따르면, 이 밴드는 지난 5월 28일 2차 교사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당초 밴드 가입자 150여 명 중 선언에 직접 참여한 교사는 80명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이 밴드 전체를 압수수색 한 것은 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교사들의 개인정보까지도 사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2차 교사선언
 

강씨는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찰의 수사 대상은 80명이었는데 밴드에 가입된(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모두 가져간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네이버 밴드에선 경찰에 대화내용을 주지 않았다지만 서버에 남아있던 대화내용은 모두 줬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경찰 수사를 받기 전 전교조 본부 홈페이지가 압수수색 당했을 때, 내가 전교조 조합원 게시판에 밴드 주소도 올렸기 때문에 조사 대상이 될 거라고 판단하고 대화 내용을 모두 삭제한 후 밴드 문을 닫는다는 공지 글만을 남겨놨다”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경찰은 이 마지막 글을 보여주며 서버에는 이것밖에 남아있지 않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강씨는 해직교사 신분이기 때문에 경찰이 적용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경찰은 해당 밴드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그를 교사선언의 주동자로 지목해 피의자로 조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씨는 “밴드는 이메일과 다르게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생각해서 운영했기에 그 공간의 사적인 대화까지 털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당시 수사관이 밴드를 증거자료로 제시 안 했으면 밴드가 털렸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경찰의 네이버 밴드 압수수색 소식에 자신뿐만 아니라 ‘선언2’ 밴드에 참여했던 교사와 참여하지 않았던 주변 교사들까지도 사적인 사이버 공간 사찰에 황당해 하며 사이버 망명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강경표 한성여고 해직교사. 사진=강경표씨 제공
 

그는 “대부분 밴드 이용자들은 지금까지 카카오톡만 압수수색 대상으로 생각했지, 밴드는 압수수색당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동료 교사들도 이미 텔레그램 등으로 모두 망명을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사생활이라는 것이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 내가 사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공간을 특히 국가라는 기관이 염탐한다고 느껴진다면 소름 끼치고 아주 기분 나쁘다”며 “국가가 내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켜보고 있다가 잘못하면 잡아가듯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은 국민을 통치하기 위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강씨는 지난 8월11일 종로서 조사를 받은 후 아직 네이버 밴드와 관련한 추가적인 조사를 받지는 않았지만, 최근 사이버 검열 국면이 사그라지면 검찰의 기소 등 본격적인 수사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교사선언 교사 등에 대한 수사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곧 검찰에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조사 결과가 발표돼 재판 절차에 들어간 후 1심 판결이 나오면 교육부도 재판 결과에 따른 징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종로서는 청와대 게시판에 세월호 관련 교사선언 글을 올리고 조퇴투쟁에 참여한 전교조 조합원 46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검찰청 공안부(오세인 부장검사)도 지난 6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전교조의 조퇴투쟁 등 집단행동이 “교육현장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하는 불법행위로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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