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 시위 중 소음 기준을 강화해 처벌하는 시행령을 22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22일부터 공공도서관 등 주거지역에 소음기준을 새롭게 적용하고 광장 및 상가 주변의 소음기준도 주간과 야간 각각 5데시벨씩 낮춰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공공도서관과 종합병원 주거지역에는 소음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지만 22일부터는 주간 65데시벨, 야간 60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 

또한 광장 및 상가지역도 5데시벨씩 낮춰 주간 75데시벨, 야간 65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면 시행령에 어긋나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소음기준을 넘어서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경찰은 그동안 병원 앞과 주택가 주변에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한 비정상적인 집회가 계속돼 왔고 집회 소음으로 피해를 본 병원, 도서관, 광장 주변 상인들이 소음 규제를 강화해줄 것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해 9월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 올해 2월 입법예고했다. 이어 총리실 규제심사위원회와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를 거쳐 지난 3개월 유예기간을 끝으로 22일부터 시행령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해외의 소음 기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시행령이 집회 시위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모습이다. 

경찰은 미국 워싱턴DC의 경우 주간 소음기준을 65데시벨, 야간 60데시벨을 적용하고 있고, 일본은 최대 소음치로 85데시벨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평상시 소음보다 주간에 5데시벨, 야간 3데시벨을 넘어서면 벌금 또는 확성기 압수 등의 규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소음 피해 주요 사례를 발표하며 이번 시행령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했다.

   
▲ 경찰이 22일부터 적용할 집회시위 시행령 발표 내용
 

경찰은 "집회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하되, 소음 기준을 넘는 악성 소음의 경우 적극적으로 단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번 개정은 집회 소음을 타인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비정상적인 집회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한 것으로, 집회 기본권과 시민들의 사생활 평온이 조화를 이뤄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에 대해 집회 시위의 권리를 불법으로 낙인찍고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집회 시위를 하게 되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되고, 교통 채증이 유발되는 불편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엄격하게 법으로 제한할 경우 집회 시위에 대해 '불법'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은 올해 각종 집회 현장에서 소음 측정을 하면서 통계를 수집하고 실제 소음 기준을 넘어설 경우 집회 주최자를 소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집회 시위 참가자와 물리적 충돌을 피하는 방식으로 집회 시위를 제한하고 진압하기 위해 사후 법적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정한 소음 기준도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하철, 버스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보통 70데시벨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집회 시위에서 조금이라도 소음 기준을 벗어나면 처벌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랑희 활동가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채증이나 폴리스 라인 설정, 장소적 제한, 소음 기준 강화 등은 물리적인 충돌 방식이 아닌 사후적 처벌로 집회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물리적 충돌은 눈으로 공권력과 집회 시위 참가자들의 힘의 격차가 드러나기 때문에 비난을 받기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랑희 활동가는 "이번 시행령 내용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의도적인 술수가 있는 것"이라며 "집회란 것은 원래부터 불편하고 시끄러운 것이 본질인데, 이를 권리로써 수용하지 않고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집회를) 불법 이미지로 낙인 찍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랑희 활동가는 "과거에는 소음 기준 적용을 엄격히 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벌금을 매기는 사례가 나오는 등 이번 시행령을 통해 집회 시위를 강하게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회의 기본권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벌써부터 이번 시행령이 정부 비판적인 성격의 집회에만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경찰 채증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진보단체의 집회의 경우 경찰 채증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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