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가 310여 곳의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에 나선다. 이번 주 중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건수만 최소 2000건, 최대 3000건 수준이다. 언론역사상 유례없는 제소 건수다. 구원파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원파에 대한 보도 상당수가 편파적이고 왜곡되었다며 지속적으로 제소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구원파측의 이번 대응이 언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360여건을 제소했고 이중 60여건은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받았다”고 전한 뒤 “이번 주 중으로 2000~3000건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주에 접수하는 건은 4월 말까지 오보에 해당하며 4월 이후 보도까지 합쳐 관련 보도 8만 5천 건을 전수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원파가 밝힌 중재위 제소 대상 언론사는 310여 곳으로 사실상 모든 언론사가 포함된다. 제소 대상 언론사 가운데는 타사 보도를 인용한 곳도 포함되며 어뷰징에 나섰던 인터넷 매체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종 대변인은 “언론중재위가 1년에 1500건 정도를 처리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2년 치를 한꺼번에 접수하게 되어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보가 난 횟수만큼의 정정보도‧반론보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태종 대변인은 “검찰에서도 구원파와 세월호는 관련 없다고 발표를 해줬는데 국민여론은 구원파가 교리 상으로 세월호를 넘어뜨리고 일부러 사람들을 죽였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며 “크게 법을 어긴 것이 없는데 언론이 우리를 살인마 집단이나 공산당처럼 만들어 놨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종편은 북한 방송 아니면 구원파 방송으로 도배를 했다”고 강조한 뒤 “우리가 원하는 건 명예회복”이라고 말했다.

   

▲ '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대한 검경 수색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6월 13일 오후 금수원 정문에 걸린 현수막. ⓒ 연합뉴스

 

 

구원파 측은 현재 100여명의 인원이 보도 전수검사를 위해 자원봉사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보도내용의 문제를 체크하는 팀, 접수장을 작성하는 팀, 언론중재위에 가서 따지는 팀 등으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원파 측은 제소건수가 가장 많은 언론사로 YTN, TV조선, 채널A, MBN을 꼽았다. 보도와 달리 종편의 시사토크쇼에 출연했던 패널들의 발언에 대해선 패널 개인을 상대로 형사‧민사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원파 측에 따르면 종편에 주로 출연했던 정동섭, 이영애씨는 현재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며 황장수씨 등 7~8명을 추가로 고소할 예정이다.  

이 같은 대규모 제소에 대해 해당 언론사들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편사의 한 관계자는 “구원파가 엄청난 건수로 제소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종편사의 한 부장급 기자는 “구원파의 대규모 제소는 언론사를 겁박하기 위한 것이다. 구원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해주면 제소건수를 줄여주겠다고 '딜'(거래)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언론중재위에 다 제출하면 서로 낭비니까 언론사와 바로 협상을 해서 서로 처리할 수 있는 방향도 찾고 있다”고 말한 뒤 “협상이 되면 당연히 제소를 취하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서 오명이 벗어진다면 제소 건수를 줄이는 등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그러나 “방송사 가운데 가장 악랄한 TV조선은 끝까지 가서 결판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원파의 대응을 두고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가 잘못한 게 있어야 압박이 먹히는 것이다. 구원파가 목적과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서 어떤 위협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원파측의 이 같은 제소건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단일 사안 최대 제소 건은 KBS <미녀들의 수다>가 기록한 265건이다.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구원파 측에서 2000~3000건을 제소할 경우 심리기일도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언론중재위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 전했다.

이번 대규모 제소예고를 어떻게 봐야 할까.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이 구원파를 두고 과도하고 불필요한 선정보도 경쟁에 나선 결과 결국 탈이 난 것”이라 지적했다. 김서중 교수는 이번 제소를 두고 “구원파 입장에선 자신들이 정말 억울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특정집단을 희생양 삼아 그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호도했던 언론사는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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