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조직적으로 대선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밝히지 못한 국방부가 이 사건의 핵심 실세로 지목됐던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소환하지도 않은 채 2~3차례 방문조사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기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댓글’ 작성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현 성균관대 교수)을 참고인 신분으로 지난해 12월 경에 2~3 차례 방문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과정에서 사이버사령부 간부로부터 김 전 기획관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령부 530단장 등을 정기적으로 만났다는 구체적 진술에 의해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생업이나 병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국방부에서 불과 8㎞ 떨어진 성대까지 직접 찾아가는 방문조사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조사본부 관계자가 김 기획관을 ‘수석님’이라고 호칭하다가 그의 요청에 따라 ‘교수님’으로 바꿔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고 김 의원은 전하기도 했다.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지난 8월 19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했다.
@연합뉴스
 

김 전 기획관의 연루 의혹과 관련해 사이버사령부의 한 간부는 “지난 2012년 사이버사령부 530단 이아무개 전 단장과 박아무개 운영대장(현 단장)이 김 전 기획관 연락을 받으면 서둘러 나가곤 했으며, 한달에 1~2번 꼴로 대면접촉했다”고 조사본부에 진술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또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2011년 말쯤 “사단 하나를 없애더라도 사이버사령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하자 이 발언이 김 전 기획관을 통해 연제욱 당시 사이버사령관에게 전달됐다는 것 수사결과 밝혀졌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김 전 기획관에 대해 김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있으며 사이버심리전 강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 307계획(2011.3)’ 작성에 깊이 관여했고, 이에 따라 사이버사령부는 2012년 대선 직전 79명의 군무원을 채용해 이 중 47명을 530단에 배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김 전 기획관에 대한 미온적인 조사를 두고 국방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김 전 기획관 방문조사 사실 및 무혐의 처분 지적에 설명을 요구하자 “사이버 그 부분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같은 김 전 기획관 면피조사 사실은 기자들에게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김 대변인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사이버사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부분은 전혀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었다”며 “이 부분이 기자들에게 공개가 안 된 이유, 그리고 무혐의 처리한 이유가 뭔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광진 의원은 이를 두고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 간부의 구체적 진술에도 ‘피의자성 참고인’김 전 기획관을 면피성 방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지난 8월에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는 조사한 내용조차 빠져있어 숨기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실 장교인 이효성 대위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실관계 확인중이나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은폐의혹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이 대위는 ‘수석님’이라고 호칭했다는 의혹에 대해 “우리가 군인이기 때문에 민간인을 조사할 수 없다. 우리가 민간인을 어떻게 불렀던 참고로 몇마디 말을 물어볼 수 있으나 민간인을 조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정확한 내용은 추후 확인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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