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진보단체가 주최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를 집중 채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보수단체가 맞불 집회 형식으로 개최한 세월호 특별법 반대 집회에서는 단 1건도 채증을 하지 않았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 4월 16일 이후 9월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세월호 집회 중 진보단체가 개최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만 채증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이 서울지방청 등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관련 집회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5개 지역에서 개최된 18차례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471건의 채증이 이뤄졌고 특히 서울에서 개최된 세월호 집회에서 444건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3일 서울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촉구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세월호 추모집회, 문화행동, 10만 범국민대회, 각 지방의 서명운동, 궐기대회, 세월호 특별법 제정 여야 합의 반대 기자회견 등에서 채증이 이뤄졌다. 가장 많이 채증이 이뤄진 집회는 지난 5월 24일 열린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추모집회로 나타났다.

반면, 보수단체가 주최한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경찰은 단 한 건도 채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버이연합과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 단체는 유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는데 한건도 채증이 이뤄지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7월 17일 보수단체가 개최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에서는 구호 제창이 나와 경찰이 그동안 불법집회로 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고 세월호 유족 광화문 농성장으로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충돌을 빚었는데도 채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김재연 의원은 전했다.

   
▲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 앞에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러 온 경찰이 조합원과 시민들을 채증하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당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30명은 광화문 5번 출구 앞에서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기소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헌법유린"이라고 외치며 광화문 광장에 들어가기 위해 신호등을 건너려고 하다가 경찰에 가로막혀 충돌을 빚었는데도 채증을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7월 18일에는 보수단체 엄마부대 봉사단이 여성 수십명이 광화문 광장으로 몰려와 피켓을 들고 고성을 질러 유족들의 항의를 받았고 경찰이 설득해 광장 길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뒤이어 종교 시민단체 대표들이 같은 장소에서 동조단식 선포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지만 보수단체들의 집회로 인해 열리지 못햇다.

하지만 세월호 관련 집회 채증 건수를 보면 진보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은 물론 서명운동까지도 채증을 한 것으로 나왔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이번 자료는 위법한 자로 판단해 채증한 사람의 건수"라며 "진보-보수 단체 집회별로 구분해 채증 건수를 제출해달라고 했더니 보수 단체는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기자회견에서도 구호를 외치면 미신고집회로 간주해 채증을 했는데 보수단체의 집회나 기자회견에 숱하게 구호 제창이 나오는데도 채증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끊임없는 불법채증 논란에 이어 위법행위를 촬영하기 위한 채증에서 진보와 보수의 구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서 법집행의 형평성마저 무너뜨린 것"이라며 "정권에 비판적인 집회만 철저히 통제해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겠다는 것으로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찰의 법집행이다. 보수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로 법집행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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