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다운 400회였다. 비긴 어게인(Begin Again), ‘다시 시작한다’는 제목의 이번 특집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최대치를 보여줬다.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짝을 지어준 다음 24시간의 자유를 준다. 촬영장에 출근한 멤버들은 갑자기 주어진 자유 시간에 방송분량을 걱정하며 막막해한다. 그들은 스스로 행선지를 정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방송에서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드러냈다. 

청포도 맛 사탕을 좋아하는 유재석은 갈팡질팡하다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릉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평화로웠던 주변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수많은 시선이 집중되며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음 행선지 명성왕후 생가에서도 유재석을 알아챈 인파들에 둘러싸여 다시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숙명이다. 

유재석은 이날 방송에서 “9년 동안의 무명 생활을 겪으면서 간절히 바랐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그걸 지금 제가 불편하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그런 자유는 포기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12년 프로레슬링 특집에서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구토를 하면서도 링에 올랐던 정형돈의 드롭킥처럼 무도 멤버들에게 ‘무한도전’은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며 성장해 온 삶, 그 자체다. 

   
▲ 피리부는 사나이 유재석.
 

무한도전은 400회 동안 예능이 할 수 있는 사회풍자의 정점도 보여줬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논란을 자막에 담는가 하면, 2011년엔 TV전쟁 특집을 기획해 종합편성채널의 ‘난립’을 풍자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자막으로 대통령에게 낯 뜨거운 구애를 보냈던 종편을 풍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위축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풍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MBC노동조합의 170일 파업 당시에도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떳떳하게 돌아가기 위해 인내했고, 멤버들은 사비를 털어 형편이 어려워진 작가들에게 전달하며 암흑의 시기를 버텼다. 당시 나왔던 ‘파업 특별편’은 시청자에게 돌아가기 위한 제작진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쉼 없이 달려왔던 400회는 제작진에게도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다른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뚜렷한 포맷 없이 늘 새로운 것을 연출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버텨왔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제작진은 본인들이 처한 어려움을 100분토론 형식이나 뼈 있는 농담으로 가감 없이 노출하며 돌파해왔다. 그 때마다 놓치지 않은 건 시청자였다. 

400회 방송에서 하하는 카메라가 돌면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털어놨다. 노홍철은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행복을 만끽하며 고속도로 위에 있던 유재석과 정형돈을 가리켜 “이 형들은 너무 방송에 물들어 있는 거야. 우린 오늘 휴가인데 그걸 모르는 거야”라고 말한다. 솔직함. 무도가 시청자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이날 방송에서 박명수와 정준하는 쭈꾸미 낚시를 떠나 낚시 배에서 파도에 벌벌 떨었다. 늘 티격태격 하지만, 미우나 고우나 옆에 있어 고마운 사람이다. 2005년부터 9년째 늘 옆에 있어 고마운 프로그램, 바로 무한도전이다. 제작진은 지난 주 방송사고를 재미로 승화하는 아찔한 뮤직비디오도 보여줬다. 피리부는 사나이 유재석은 이날 가짜 근육을 입고 미안하다고, 노래 불렀다. 무한도전이 401회를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무도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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