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소모성 접대 행태가 일으키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 액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접대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접대비 지출 신고금액은 2008년 7조502억 원에서 2012년 8조7701억 원으로 늘었다. 증가 추세로 볼 때, 2013년에는 9조 원을 넘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좀 줄었다고는 하나 극장식식당ㆍ나이트클럽ㆍ단란주점 등 호화 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액이 1조2000억 원을 웃돌고 있으며, 여성 접객원이 나오는 요정 법인카드 사용액은 2013년에만 1006억 원이나 되었다. 이는 2009년의 273억 원의 3.7배나 되는 액수였다. 당연한 일인지 요정의 숫자도 급증했다고 한다. 요컨대 기업의 접대행태가 호화 유흥업소에서 요정으로 이동하고 있고 그 액수도 크게 늘어나며, 좀 더 은밀하고 소모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접대비 실명제가 무력화된 이명박 정부 이후 더 심각해졌다.  

이런 접대비가 낭비적이며 소모적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고, 이러한 기업 접대비를 건전한 방향으로 돌릴 수는 없을까 싶어 도입한 것이 문화접대비 손금산입 특례제도다. 그러나 겉으로는 접대행태를 비판하고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문화접대비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흔히 규모가 큰 대기업이 문화접대비 지출에 나선다면, 더 좋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소망과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 

최근 전경련 등이 76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10곳 가운데 8곳은 문화접대비에 관심도 두지 않았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문화접대비 신고금액은 45억 원으로 기업의 접대비 가운데 문화접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0.05%였다. 문화접대비를 지출했어도 너무 적은 액수라 세제 혜택을 보지 못했다. 지출 금액이 전체 접대비의 1%를 넘지 못한 대기업이 69.1%나 되었다. 그런데 주목해야할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1월, 재벌닷컴이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접대비는 6조6000억 원으로 약 7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접대비 부담이 대기업의 5배에 달했다. 

왜 이렇게 많은 걸까. 분명히 기업의 규모로 본다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예산이 적기 때문에 접대비가 적어야 하고 부담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는 왜 그런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사전적으로 접대비란 기업의 업무와 관련해 접대, 교제, 사례 등의 명목으로 거래처에 지출한 비용이나 물품을 말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접대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접대할 일이 월등하게 많을 것이다. 갑을 관계의 상황에서 일감을 얻기 위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접대하는 일은 생각하지 않아도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결국 접대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하는 이들은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갈수록 중소기업의 접대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대기업 접대비는 2010년 7518억 원이었는데 이는 전년도의 1조800억 원보다 40%가량 감소한 액수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2009년 5조4100억 원에서 2010년 5조841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매출액 대비 접대비 비중은 중소기업이 0.42%였고 대기업은 0.05%로 8배가 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연구비에 들어간 돈이 접대비로 빠진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비중은 2007년 0.83%에서 0.76%로 떨어졌다. 이는 중소기업이 연구개발비를 줄여 접대비에 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당장에 대기업의 일을 수주해야하는 기형적인 산업구조의 악화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문화접대비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대기업이 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의 태도가 중요해진다.

만약,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의 유흥접대를 문화행사참여로 돌린다면, 문화접대비는 활성화될 것이다. 즉 대기업에서 문화접대비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썼는가의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대기업들이 문화접대만을 받겠다는 공식적인 선언과 이의 실천을 이행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일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들이 문화접대비로 낸 비용들은 다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정책비용으로 다시 되돌려져야 한다. 이는 한국 기업의 접대 행태를 당장에 줄일 수 없는 현실에서 짜내는 고육지책이다.

세법상의 접대비 처리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 접대비를 사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법상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접대비 지출은 기업에게 법인세 22%, 소득세 38%에 상응하는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니 기업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고 이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심화됐다. 그러나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세법상 처리가 없다. 거꾸로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접대비를 통해 세금 경감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인들은 혜택(?)을 못 받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면 좋아할 만하다. 더구나 호화 유흥업소나 요정에 데리고 가니 말이다. 정말 문화접대비가 자리를 잡으려면, 일반 접대비에 부여되는 세법상의 혜택을 없애야 한다. 대신 문화접대비를 통해 지출할 때만이 세법상 이익이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접대비를 지출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이 문화접대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이에 대한 인센티브가 대기업보다 더 나아야 한다. 전체 매출규모에서 차지하는 문화 접대비의 규모도 반영해줘야 한다. 대기업의 5000만 원과 중소기업의 5000만 원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없어져버린 접대비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런 실명제를 통해 문화 접대비 쪽으로 기업의 접대 행태를 틀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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