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박근혜 대통령 의문의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명예훼손법이 정부가 선택이 도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8일 <잡음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 독재 성향 재출몰>이라는 기사를 통해 산케이 신문의 가토 다쓰야가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당한 일을 상세히 전했다.

외신 번역 전문매체인 뉴스프로(번역 감수 임옥)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는 서울대 조국 교수를 발언을 인용해 "그 법(국가보안법)은 한 때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남용됐으며, 여전히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그러나 이제는 명예훼손법이 정부가 선택한 도구가 됐다고 조 교수는 말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지난 1993년 이래로 일본의 언론인이 한국에서 조사를 받은 유례가 없다며 "당시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연락두절 상태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소문을 조롱하며 언급한 한국의 가장 큰 신문인 조선일보와 증권가에 나도는 소문을 인용하며 가토씨는 박 대통령이 이혼남과의 밀회를 위해 사라졌음을 암시했다"고 쓴 기사를 두고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이 기소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매체는 "이 사건은 긴장된 양국관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코노미스트는 시민인권연대 오창익씨의 말을 인용해 "산케이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한국인은 거의 없고 바로 그것이 정확히 가토지국장이 '완벽한 희생양'이 되는 이유"이라며 "그 기소는 한국의 국내언론을 위협하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기사를 번역했던 뉴스프로 기자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도 산케이 신문에 대한 검찰 조사가 국내 언론에 ‘엄포’로 작용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명예훼손법은 엄격하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징역형을 막아주지 못한다. 대신에 공공의 이익이 입증될 필요가 있다"며 "산케이와 파리에 본부를 둔 파수꾼, 국경없는 기자회 모두 가토씨의 기사는 그 기준에 적합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모독하는 것이 도를 넘었다고 한 이후 검찰이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 여부를 두고 인터넷을 감시하는 전담반을 설치했다며 "서울대학교의 조국 교수는 이것이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군 출신 독재자 고 박정희의 독재를 연상케 하는 성향으로 돌아가는 우울한 일이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국가지도자를 비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고 본 셈이다. 

   
▲ 이코노미스트 18일자 보도 내용
 

이코노미스트는 카카오톡 압수수색 여파로 베를린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하고있는 현상을 다루면서 "국경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인터넷 감시수준을 이집트와 태국과 비슷한 위치에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검열관들은 포르노와 도박을 이유로 8만 개 이상의 웹페이지를 삭제했거나 차단했지만, 종북 사이트들과 더불어 북한의 사이트들도 냉전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 아래에서 역시 차단되어 있다"며 "그 법은 한 때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남용되었으며, 여전히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명예훼손법이 정부가 선택한 도구가 됐다고 조국 교수는 말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산케이 소송이 질질 끌어짐에 따라 가토 씨에 대한 가혹한 처우에 대해 한국 언론이 말을 아끼며 스스로를 검열할지도 모른다"며 "사석에서 기자들은 일본에 관해 긍정적인 글을 쓰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산케이 신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실제 한국 언론의 자기 검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은 가토씨 같은 이들이 자신을 모독함으로써 국민을 모독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그녀의 국민은 더 심한 모독이 어렵게 얻어낸 이 나라의 민주주의에 가해졌다고 여길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모독에 대한 처벌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도 산케이 신문 검찰 조사와 한국 기자들이 명예훼손을 당한 일을 전하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수난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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