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17일 열린 영화 <다이빙벨>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실패 책임을 묻지 말라는 것을 고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감독이 공동연출했다. 영화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다이빙벨을 참사 현장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의혹들을 다뤘다.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아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상호 기자는 “영화에서 언급된 것처럼 다이빙벨 투입의 방해한 세력의 실체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장군이 다이빙벨을 철수시키라고 지시하는 등 다이빙벨 투입을 저지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참사 현장에 가보면 각종 정보가 난무하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며 “유가족들 역시 구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다이빙벨의 투입을 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는 구조작업 중 바지선을 떠난 이유에 대해 “이런 상황에서 바지선에 있기 싫었다”고 밝혔다.

   
▲ 17일 열린 영화 <다이빙벨>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호 기자가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호 기자는 해경의 구조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제 새누리당과 정부는 골든타임을 72시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1시간 반이라고 말한다”며 “사고 후 2시간이 지난 시점의 구조작업이 무의미했다는 논리로 구조실패 책임을 묻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는 “사고 초기 실제 7명의 잠수부만 투입되고 ‘구조하는 시늉이라도 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는 등 해경이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해경이 세월호에 주입한 공기가 유해공기이며 그 양도 매우 적었다는 사실도 뉴스타파가 보도했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는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기존 미디어가 참사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 영화가 완벽할 수 없지만 다른 언론들도 지금까지 취재하고 기록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참사 진상규명에 더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해룡 감독 역시 “우리가 이 시점에서 세월호참사 문제를 짚은 것은 참사 후 지금까지 주류 언론과 정부가 문제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얘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참사 후 6개월 만에 공개된 셈인데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상호 기자는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6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이런 영화가 제작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이미 철지난 유행가처럼 매도당하고 있고 자식 잃은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고통 받고 있다. 유가족들에게 6개월은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에 과학적 논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상호 기자는 “영화에서 실험을 통해 왜 구조현장에서 다이빙벨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검증할 생각도 해봤지만 그렇게 되면 이종인 대표 변호를 위한 영화로 비춰질까 염려가 됐다”고 답했다. 이상호 기자는 “영화에 세월호 참사 현장 초기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는 “영화에 왜 정부의 반론이 없냐는 물음이 있다”며 “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보도한 독일 외신 기자에게 왜 전두환 대통령의 반론을 싣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상호 기자는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증언이 필요하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불러주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는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 중 다이빙벨 투입 방해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며 “이 영화가 거짓말을 규탄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첫 영화가 되고, 이어 많은 작품들이 나와 세월호 참사에 불거졌던 문제들을 다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 <다이빙벨>은 외국 영화감독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호 기자는 “현재 마이클 무어 감독과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있다”며 “북미와 유럽의 저명한 감독들의 반응을이 좋다. 이 분들은 우리 언론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종인대표와 다이빙벨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 17일 열린 영화 <다이빙벨> 기자간담회 무대인사. 영화를 공동제작한 이상호 기자(왼쪽)와 안해룡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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