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위법 논란을 일으킨 ‘패킷감청’에 대한 헌법소원이 무려 3년 7개월 동안이나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7일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최근 카카오톡(카톡) 검열 논란으로 떠오른 ‘패킷감청’(가입된 통신사 인터넷 전용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를 실시간 감청)과 관련해 헌재의 위헌 판단을 촉구했다.

서 의원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남북정상회담 합의서를 시험문제에 냈더니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감청하고 사생활을 모두 뒤져봤다”며 “헌재에 3년 7개월간 계류 중인 이 사건 또한 최근 카톡 논란과 유사한 사건으로, 헌법이 규정한 통신의 자유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정원은 2011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김형근(54) 전 교사에 대한 패킷감청을 실시했다. 국정원은 김 교사가 2007년 고등학교 도덕 과목 기말시험 문제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4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의 내용 등을 묻는 문항을 출제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국정원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받아 김 교사가 포털사이트 등에 개설한 이메일과 가입 카페, 블로그 등을 수사했다. 아울러 2010년 12월 28일부터 2011년 2월 27일까지는 법원에서 통신제한조치 허가장을 받아 김 교사의 통신사 인터넷 전용회선을 감청했다.

   
김용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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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교사는 2011년 3월 헌법재판소에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7호(감청), 제5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 제2항(통신제한조치), 제6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절차)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날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도 “패킷감청은 해당 피의자 뿐만 아니라 피의자와 동일한 회선을 이용하는 다른 사용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헌재가 사건 처리를 지연하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무분별한 감청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헌재에 총 5건이 심리 중이며 가장 오래된 사건에 대해 지난해 12월 9일 사실조회 회신이 왔다”며 “이후 특별한 진행 사항은 없지만 지적받은 내용의 취지를 충분히 (재판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또 “지난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이버상 명예훼손 엄벌 대응 주문에 검찰은 사이버 공간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을 밝혔다”며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의 행보에 대해서는 공인에 관한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기 때문에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헌재의 판례에 비춰보면 이는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공직자의 공무집행과 직접 관련 없는 개인적 사생활에 관련된 사실이라도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나 비판은 허용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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