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진상규명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제 그만하자”며 험한 말까지 들려온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인들도 그 중 하나다. 영화인 1123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광화문 농성장에서는 릴레이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인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세월호 추모 영상제다.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에 관한 10분 내외의 동영상을 공모하고 이 중 본선 진출작을 뽑아 영상제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미디어오늘은 세월호 참사 6개월째인 16일 영상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지영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추모 영상제의 취지는?
"단순히 추모를 위한 행사는 아니다. 이를 계기로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운동이다. 세월호 참사를 환기시키자는 것이다. 주류언론 등에서 세월호로 인한 피로감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쉽게 잊혀야 할 문제인가. 해결도 안 됐는데. 세월호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심사기준은 무엇인가.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때리면 된다. 얼마나 진정성 있게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느냐가 기준이다."

   
▲ 정지영 감독. 사진=이치열 기자.
 

- 추모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추모는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세월호 추모는 영혼을 위로하고 가족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그쳐선 안 된다. 진상규명을 기원하는 마음을 공유하는 추모여야 한다. 추모영상 주제에 ‘유가족 위로’는 물론 ‘특별법’과 ‘안전한 나라’가 포함돼 있는 이유다."

- 영상제 후원인 중에 외환은행 노조도 있다.
"낯설고 안 어울린다. 그래서 물어봤다. 외환은행 노조가 겪은 일과 세월호 사건이 비슷한 점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안전망이 붕괴해서 벌어진 일이다. 외환은행 역시 국가의 금융안전망이 붕괴해 론스타한테 먹힌 사건이다. 그들이 세월호 참사가 재난에 대한 안전망이 붕괴해서 일어난 것처럼 외환은행이 론스타한테 먹힌 것도 금융안전망이 붕괴되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더라. 이런 인식을 같이 하기에 후원을 했다고 한다. 세월호는 이처럼 대한민국 각 분야 곳곳에 있다. 대한민국은 새로 건설돼야 한다."

- 영화인들이 세월호 참사 해결에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동조 릴레이단식을 시작할 때 불안했다. 과연 얼마나 이어질까. 그런데 생각보다 파장이 길고 넓게 퍼지더라. 그래서 ‘영화인들이 사회적 발언에 목말라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스크린쿼터 싸움 때만 해도 영화인들이 사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FTA 때는 일부 영화인들이 ‘노무현 물러가라’라는 구호까지 외쳤다. 이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점점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사라져서 안타까웠다.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탄압도 많았고. 그래서 걱정을 했다. 그런데 천 명이 넘는 영화인들이 동참했다. 그래서 ‘영화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행동에 목말라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더 필요한 것 같다."

   
▲ 세월호 참사 6개월 째인 10월 16일에도 영화인들은 릴레이단식을 이어갔다. 사진=조윤호 기자.
 

- 정치권도 주류 언론도 무관심해졌는데 왜 영화인들은 여전히 이 문제에 적극적일까.
"영화인들은 다른 문화예술분야 종사자에 비해 대중과 가까이 접해 있다. 그런 측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한 다른 문화예술은 거의 개인 활동이 많은 반면 영화는 팀워크에 의해 움직인다. 어떤 이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주고받을 시간이 있다. 공감대가 퍼지고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영화인들이 정치문제에 나선다고 안 좋게 보는 시각도 있다.
"영화인들이 왜 정치 문제에 발언하면 안 되지?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다. 영화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국민은 국가 정책에 대해 발언할 권리가 있다. 가만히 있는 게 이상한 거다.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겨, 우리는 일만 하면 되’라는 논리 때문에 나쁜 정치가 계속된다. 지배자들이 원하는 태도다. 영화인들이 왜 정치 문제에 무관심하냐고 비판해야지."

- 세월호가 정치문제가 된 것도 이상하다.
"맞다. 세월호 문제가 언제부터 정치문제였나. 사고로 사람이 죽었고 구출해야하는데 못했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요구다. 이건 여야건 힘을 합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뉴욕타임즈가 ‘세월호 참사 직후 온 국민이 하나가 됐는데 어느새 둘로 갈라졌다’고 보도했더라. 집권여당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이 이 문제를 정치문제로 만든 거야." 

- 참사 6개월이 지났다. 어느 새 언론에서 세월호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들이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를 안고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는 연달아 터지는 사건들에 의존하는 집권 방식을 갖고 있다. 사건이 터지고 사람들이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지 않는다. 시간은 지나고 또 다른 사건이 터지고, 사람들은 그리로 몰려간다. ‘이야기하다 지칠 거야’라며 마이동풍이다. 그런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런 것들이 국민들 가슴 속에 다 쌓인다.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터지면 폭발할 수 있다. 통치방식을 바꿔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빨리 해결할 문제로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어떻게 바꾸느냐의 문제이기에 길게 봐야 한다. 설사 사람들 사이에서, 언론에 안 나와도 해도 계속 외치고, 관심을 환기시켜야 하는 문제다. 추모영상제도 그런 취지다."

   
세월호 추모영상제 포스터
 

10월 17일까지 모인 영상들은 세월호 참사 200일 전야인 10월 31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상영된다. 이날 영상제에는 본선 진출 작품들과 김경형‧민병훈‧백승욱 감독의 세월호 관련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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