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을 엄단한다는 이유로 인터넷 포털사와 핫라인(유선전화)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문제되는 내용의 삭제까지 요청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대검찰청이 미래창조과학부와 안전행정부,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진행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 자료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날 대책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배포한 ‘허위사실 유포 사범 실태 및 대응 방안’ 문서에는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는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난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며 포털사와 핫라인 구축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2부장은 해당 문서에서 “사이버 유언비어·명예훼손 글 등이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급속도로 전파돼 과도하게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전파 초기 단계에서 신속히 파악해 차단하는 방안을 구출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과 포털사 간의 핫라인을 구축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유언비어·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실시간 정보와 관련 자료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인터넷범죄수사센터에서 운용 중인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유언비어와 명예훼손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논제와 관련된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해 실시간 적발하겠다”며 “전담수사팀에서 해당 글 등의 명예훼손과 모욕 등 법리판단을 신속히 해 포털사에 삭제를 요청하겠다”고 설명했다.

   
▲ 황교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에 대해 서기호 의원은 “검찰이 인터넷 상시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고 엄벌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통령 말씀’ 때문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힌 것”이라며 “정보통신망법은 글을 삭제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포털에 시정요구·명령하게 하고 있는데 검찰의 즉시 삭제 요청은 이를 무시한 초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또 “검찰이 제시한 주요 수사 대상을 보면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는 정부정책 반대를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특정 검색어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처벌하겠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 사법부임을 포기하고 정권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13일 법무부 국감장에서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핫라인 구축은 인터넷 여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냐”면서 “논제와 관련된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해 실시간 적발하겠다는 부분은 ‘박근혜 7시간’을 치면 바로 검찰이 누가 글을 썼는지 실시간으로 보고했다는 뜻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황 장관은 “그런 의견을 낸 참석자가 있었고 이를 같이 논의하고 검찰 내부에서 결론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사방향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인터넷 표현물 모두를 실시간 검색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와 관련한 증거자료를 시간을 놓치지 않고 계속 추적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와 ‘가만히 있으라’ 대학생 용혜인 씨의 카카오톡(카톡) 사찰 논란과 관련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는 침묵시위를 제안하고 집회와 시위가 폭력적이지도 않았는데 (이것이) 이들과 지인 3000여 명의 카톡이 털릴 정도로 감청 받을 내용이냐”며 “검찰 대책회의 내용을 보면 검찰이 대통령 거수기 역할을 하는 모양새”라고 질타했다.

이에 황 장관은 “지금 나도 카톡을 쓰고 있고 정진우씨 등에 대해서도 합법적 범위 안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어떤 한 개인을 수사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은 전혀 아니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다시 점검해 국민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감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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