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오후 8시30분께 시민 이 아무개씨 일행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제를 마치고, 광화문 KT 사옥 앞 버스정류장으로 이동 중에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경찰이 이씨 등에게 다짜고짜 행선지를 묻자 이들은 경찰이 통행을 막는 이유와 소속에 대해 물었지만, 경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이들을 채증하기 시작했다. 

결국 버스를 타지 못한 채 버스정류장 경계석에 앉아 있던 이씨를 경찰은 사지를 들고 인도 위로 옮겨놓았고, 이 과정에서 이씨는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었다. 이씨는 경찰 기동대의 물리력 행사에 항의해 112에 신고를 했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은 별다른 조치 없이 지구대로 돌아갔다.  
 
이는 비단 이씨 만이 경험한 사례가 아니다.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 인근을 지나다 보면 흔히 경험하고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이씨는 이날 경찰의 공권력 행사 때문에 허리 등을 다쳐 구급차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까지 받았다.

시민이 공권력으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에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씨의 사례를 살펴보면 경찰은 먼저 형법상 직권남용죄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찰력은 법률에 근거해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돼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직권을 남용해 이씨 등의 통행권을 방해했으므로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위반죄를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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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열린 ‘6·10 청와대 만인대회’에서 경찰 조명차 위에 올라간 시민을 경찰이 강제로 끌어내리고 있다. 사진=유용준 시사신문 기자
 

경찰의 이씨 등에 대한 불심검문과 채증 또한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위반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불심검문)에 따르면, 경찰은 시민에게 질문을 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경우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을 해야 한다. 동행의 목적과 이유도 밝혀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 등이 수차례 이를 요구했음에도 통행 방해의 법적 근거와 사유, 소속 등을 밝히지 않은 채 통행을 막고 채증과 불심검문을 했다.

또한 경찰 기동대가 이씨를 둘러싸고 그의 사지를 들고 강제로 이동시킨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경찰력 행사로, 불법감금(형법 제124조)과 특수상해죄(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에 해당할 수 있다.

아울러 이씨의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소속 경찰이, 이씨 등에 대한 기동대 경찰의 통행 방해와 상해 등의 위법한 경찰력 행사를 알면서도 이를 수사하지 않거나 관련자를 체포하지 않았다면 형법상 직무유기죄(형법 제122조)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유기죄(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9조) 적용도 가능하다.

현재 이씨 등 고소인 7명은 경찰의 이 같은 위법한 공권력 남용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달 1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법원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한 상태이다.

이씨 등의 법률 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는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찰은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으로 보장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했고,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명백히 알면서도 철저히 묵과·방조했다”며 “공직을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 기본권 보장의 의무를 준수해야 함에도 오히려 경찰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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