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EG)그룹 계열사인 이지테크가 노조 분회장에 대해 부당해고·부당징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지테크 노조 분회장인 양우권(49)씨는 회사와 싸우는 과정에서 우울증과 불면증 등을 얻어 수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양우권 씨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사무실 한쪽 책상에 방치돼 있다.

“130일째 멍청하게 앉아있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업무지시도 내리지 않는다. 나와는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책상에 업무용 컴퓨터가 있지만 인터넷 등은 할 수 없어 하루 종일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

양씨는 부당함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휴대전화로 자신의 책상을 찍었다. 하지만 며칠 뒤 회사 인사위원회는 그를 불렀다. 그가 휴대전화로 책상을 찍는 장면이 사무실 CCTV에 녹화된 것. 양씨는 “회사 기밀을 유출한 것도 아니고 처한 상황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호봉 감봉 징계를 받았다. 

그가 억울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원래 양씨는 사무직이 아니었다. 그는 1998년 이지테크에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산화철 제품포장 업무를 맡아왔다. 이지테크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업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제철소에 출입조차 못하고 있다. 대신 제철소 밖 행정사무실로 출근한다. 양씨는 “내 장비도 모두 제철소 안에 있는데 회사가 출입증을 안 준다”고 말했다.

   
▲ 양우권씨가 찍은 사무실 사진. 이지테크는 해당 사진이 회사의 기밀을 유출했다고 판단해 1호봉 감봉 징계를 내렸다. 사진=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제공
 

3년 만의 복직이 원직복직이 아니었던 것이다. 양씨는 2011년 4월 해고돼 지난 5월 복직했다. 해고 이유는 “정직기간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 취업규칙은 “정직기간 중 출근은 할 수 있으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책임과 권한은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2심, 대법원은 이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양씨가 정직에 이르게 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11년 1월 우울증과 수면장애 등에 시달리던 그는 조퇴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양씨는 직접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근무지를 무단이탈했다는 이유로 정직에 처해졌다. 양씨는 회사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면서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왕따’ 행위가 노조를 설립한 2006년 이후 계속돼 왔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회사의 회유에 노조를 탈퇴했다. 회사는 남은 조합원들을 왕따시키고 임금이 낮은 업무로 바꿔버렸다. 임금이 40만 원가량 떨어지자 그나마 둘 남았던 조합원마저 떠났다. 내 경우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 방치됐다. 그 과정에서 우울증을 얻었다.”

한때 50명이 넘던 이지테크 노조에 지금 남은 조합원은 양씨 혼자 뿐이다.

양씨는 3년 10개월째 신경정신과 약에 의지하고 있다. 아침과 점심에는 진정제, 저녁에는 수면제를 복용한다. 그는 “사람이 미쳐버린다. 못 죽어서 산다”며 “사무실에는 두 대의 감시카메라가 있는데 나를 감시하기 위한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 회사에 있으면 두통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수차례 미치겠다고 호소했다.

회사에 항의도 안 해본 게 아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양우권씨가 잘 알지 않느냐”였다. 양씨는 “녹음을 할까봐 그런 식으로 말한다”며 “결국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고 권력자의 동생이 회장이니 법위에 군림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며 “이렇게 탄압하면 지쳐서 항복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양우권씨가 찍은 사무실 사진. 이지테크는 해당 사진이 회사의 기밀을 유출했다고 판단해 1호봉 감봉 징계를 내렸다. 사진=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제공
 

전문가들은 양씨가 처한 상황이 부당징계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는 “일을 안 주면서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부당징계이고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 차별개선과에 진정을 낼 수 있으며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분쟁해결센터 이경석 노무사도 “원직복직이 불가피한 상황에는 다른 업무로 복직이 가능하지만 정말 원직복직이 불가피한 상황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회사가 노동자를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 촬영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류하경 변호사는 “명백한 부당징계”라며 “설사 회사 취업규칙에 사무실 촬영은 금지된다는 조항이 있다 해도 그 조항 자체가 무효”라고 지적했다. 이경석 노무사도 “사무실 책상은 회사 기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기밀 유출로 보기 어렵다”며 “부당징계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정완 이지테크 노무 팀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에서 비싼 돈 주고 업무지시를 안 하겠느냐. 업무지시가 없다는 건 본인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업무를 지시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양씨의 사무실 촬영을 징계한 것에 대해서도 우 팀장은 합당한 징계였다고 밝혔다. 우 팀장은 “해당 사무실은 설계도면과 기술자료가 있는 곳인데 미안하지만 (양우권씨 주장대로 자기 책상을 찍은 게 아니라) 사무실 전경을 찍었다”며 “회사 보안 각서까지 쓴 사람이 당연히 위반 규정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우정완 노무팀장은 노조파괴와 양씨의 우울증 또한 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노조에) 혼자 남았으면 남은거지 탈퇴한 사람들을 뭐라고 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세상 살아가면서 고민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우울증은 제가 의사가 아니니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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