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언론, ‘인권보도준칙’ 읽고 성소수자 문제 보도해라”
“언론, ‘인권보도준칙’ 읽고 성소수자 문제 보도해라”
“동성애반대 광고에 ’허위사실‘ 있다”며 언론사 소송한 이계덕 기자, 기자회견 열고 언론 비판

한 인터넷 신문 기자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동성애자’ 입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이유였다. 신문고뉴스의 이계덕 기자는 자신의 이름이 표기된 동성애반대단체 광고가 허위라며 언론이 성소수자 보도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현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계덕 기자는 2일 낮 12시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자를 차별해야 한다’는,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들의 주장을 더 이상 언론이 귀담아 듣지 말아 달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에는 동성애 차별금지 조항이 서울시민인권헌장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 나라사랑학부모회, 바른교육교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실은 광고였다.

   
▲ 25일자 국민일보 30면
 

이 광고에는 ‘동성애 편드는 서울시장’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들 단체들은 광고를 통해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자인 이계덕 기자에게 서울시내에 동성애 차별금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직접 방법을 안내해줬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이계덕 기자는 지난달 26일 해당 언론사들에 대해 민사소송(명예훼손)을 제기했다. 개인의 사생활영역에 해당하는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실명, 직업을 공개한 채 ‘박원순 시장이 차별금지광고를 할 수 있도록 직접 방법을 안내해줬다’는 허위사실을 게재했다는 이유였다.

관련 기사 : <언론사 광고 ‘허위사실’도 명예훼손 처벌될까>

이 기자는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게 차별금지 광고 게재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것은 맞지만,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국민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구청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는 광고가 있지만 이는 시청이 아니라 구청에서 관리하는 것’ 등의 원론적 답변만 들었을 뿐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답변 이후에도 광고 게시와 관련해 각 지자체와 위탁업체와 매일 같이 전화통을 붙들고 실랑이를 해가며 두 달 여 가까이 게시하느냐 마느냐 철거하느냐를 두고 다퉜다”며 “그렇게 진행된 광고가 박 시장의 직접 안내를 통해 게시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매우 다르며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에 동성애 반대단체 광고가 실린 적은 여러 번 있지만 특정인의 실명이 거론된 광고가 실린 것은 드문 일이다. 이계덕 기자는 “표적으로 찍힌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과거 ‘환각상태에서 에이즈 걸린 동성애자 적발’이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누군가 블로그에 이 기사를 올리며 이 기사와 전혀 관계없는 내 이름을 함께 거론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퍼다 날랐다. ‘이건 아니다’ 싶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 이계덕 신문고뉴스 기자가 2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옆에는 신문고뉴스 취재차량이 놓여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이 기자는 “이런 일이 있어도 동성애자들은 보통 고소를 안 한다. 경찰에 의해 2차 가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아웃팅' 당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며 “나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고소를 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동성애자를 모욕하는 행위가 현행법으로 처벌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현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을 인쇄해 나눠주기도 했다. 인권보도준칙에만 충실해도 기자들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보도를 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였다. 인권보도준칙 총강 5장은 “언론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그들이 차별과 소외를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도적 권리 보장을 촉구한다”고 되어 있고,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에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등의 대목이 있다.

‘인권보도준칙’이 보도가 아닌 광고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이 기자는 이에 대해 “광고에서 실명을 거론해가며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면 기사가 아닐지라도 독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 기사는 정정이나 반론보도가 되는데 광고는 그런 구제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돈을 주고 광고를 싣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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