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독자를 끌어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기존 독자가 추가 기사를 더 읽게 만드는 게 더 쉽고 중요하다.” CMS(콘텐츠관리시스템) 개편을 준비하는 한 언론사의 뉴미디어 전문가가 최근에 한 말이다.

기사 페이지에 한 번 들어온 독자가 그대로 나가지 않고, 언론사 사이트에서 더 '놀기'를 바라는 게 모든 언론의 희망사항이다. 최근 많은 언론들은 개인 맞춤형 관련기사를 추천하면서 트래픽 증대를 꾀하고 있다. 독자의 행동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다른 업종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개인 맞춤형 제품을 정확하게 추천해 방문자당 매출을 높였고, 월마트는 아기용 기저귀 옆에 맥주를 진열함으로써 성인 남성들의 맥주 구매를 유도했다. 이는 언론사가 최적의 관련기사를 배치해서 추가 클릭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두 소비자의 이동경로를 살핀 것이다.

   
▲ 제임스 G. 로빈슨이 뉴욕타임스의 독자분석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병철.
 

종이신문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뉴욕타임스도 이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서 독자의 뉴스 소비행태를 분석하는 제임스 G. 로빈슨 ‘뉴스분석 디렉터(News Analytics Director)’는 지난달 29일 한국편집기자협회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창립 5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뉴욕타임스의 독자 참여(Audience Engagement) 전략을 발표했다. 

제임스는 “21세기 저널리즘에는 독자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필수”라며 독자와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뉴욕타임스의 노력을 소개했다. 그가 속해 있는 뉴스분석팀은 ‘패키지 맵퍼(Package Mapper)’ 라는 분석 도구를 만들어 독자들이 사이트 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뉴욕타임스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기사 하나만 달랑 읽고 나갔다. 이를 해결하는 것도 뉴스분석팀의 과제였다. 

   
▲ 지난 1월 뉴욕타임스가 제작한 2014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라이브 블로깅’. 이미지=제임스 G. 로빈슨 발표자료.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형식의 기사를 만들었다. 아트(Arts)부는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①‘라이브 블로깅’을 만들었고, 영화부는 ②사진 슬라이드(멀티미디어) 기사를 생산했다. 패션&스타일부는 ③‘할리우드 여배우의 레드카펫 드레스 패션’과 ④’패션 센스’에 대한 기사를 냈고, 시상식(Award Season) 섹션에도 ⑤관련 기사가 나왔다. 스타일부도 영화 노예12년에 나온 배우 루피타 니옹(Lupita Nyong’o)의 ⑥패션에 대한 기사를 썼다.

뉴욕타임스 뉴스분석팀은 골든글로브라는 태그가 붙은 이 ‘6개 기사’를 묶은 후, 이 기사들 사이에서 독자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패키지 맵퍼로 살펴봤다. 그러자 독자들의 이동 경로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래픽에서 기사를 둘러싼 원의 색깔은 각 부서를 뜻하며, 원의 크기는 방문한 독자의 숫자를 나타낸다. 기사 사이의 화살표가 두꺼울수록 많은 독자를 보내줬다는 뜻이다. 

뉴스분석팀은 패키지 내 기사의 종류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 째는 전달자(Giver)다. 이 그래픽에서는 좌측 상단에 위치한 보라색 기사(⑤)가 외부에서 독자들을 가장 많이 끌어오고, ‘기사 패키지’ 내 다른 기사로 독자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두 번째는 출구(Dead ends)로 많은 독자들이 이 기사를 끝으로 뉴욕타임스를 나간다는 걸 뜻한다. 그래픽 가운데 있는 초록색 기사(②)가 출구였다. 세 번째는 외톨이(Wallflower)다. 다른 기사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기사로, 이 그래픽에선 좌측 하단의 스타일부 기사(⑥)가 여기에 속한다.

   
▲ 뉴욕타임스 뉴욕분석팀이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만든 ‘패키지 맵퍼’. 이미지=제임스 G. 로빈슨 발표자료.(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독자들이 영화부가 만든 사진 ②슬라이드 기사를 본 후 뉴욕타임스를 나갔다. 제임스는 “이 독자들은 우측 하단에 있는 두 패션 기사(③④)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관련 링크가 걸려있지 않았다”며 “우리 CMS가 섹션 내 관련기사 추천은 잘 하지만, 특정 주제에 대한 추천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부서가 같은 주제에 대해 기사를 쓰지만 협업에 소홀했던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제임스는 이어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여러 기사를 썼지만, 기사 하나 이상을 읽은 독자는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건 기사가 너무 많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이 다음 기사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분석팀은 이런 출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했고, 이를 위해 에디터들이 실시간으로 ‘패키지 맵퍼’를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 시스템은 한 달 후 열린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바로 적용됐다. 때마침 러시아가 통관 문제로 미국 선수들에게 제공될 요구르트의 반입을 거부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단독 기사가 소셜미디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메트로(Metro)부가 작성한 이 기사에 메트로 관련기사로 붙으면서 독자들을 올림픽 기사로 연결해주지 못했다. 이를 확인한 뉴욕타임스는 바로 링크를 걸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 뉴욕타임스가 지난 2월 제작한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패키지 맵퍼’.(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효력이 증명되자 뉴욕타임스는 ‘패키지 맵퍼’를 전면 도입했다. 이제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의 모든 기사는 주제별로 ‘패키지 맵퍼’가 생성되며, 이 결과는 10분마다 자동 업데이트 된다. CMS 자동화의 한계를 에디터가 효율적으로 조정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제 모든 에디터는 자신의 브라우저에서 바로 패키지 맵퍼를 이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뉴스분석팀은 에디터들이 보다 더 익숙한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지 등을 통해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좀 더 직관적인 형식의 패키지 맵퍼를 만들 계획이다.

제임스는 이 사례를 발표한 후 분석을 통한 독자 참여 강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꼭 ‘몇 명이 읽었느냐’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 작은 수치라도 독자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면서 “틈새 시장의 구독자들을 잘 이해하고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성도 높은 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관련기사 추천 같은 기능이 트래픽을 늘려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독자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여준다는 얘기다. 

그는 독자참여를 강화하기 위해선 분석이 필수라고 충고했다. 현재 그는 매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뉴욕타임스 편집회의(Page One Meeting)에 참여해 독자들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 그는 “뉴스룸 안에 분석이 내재화되어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독자를 이해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패키지 맵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임스가 ‘니먼 랩’에 기고한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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