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BAR) 사장님 친한 동생이 ‘나랑 사귀자’라거나 ‘널 갖고 싶다’는 등 대놓고 성적인 요구를 하는데 뭐라고 말도 못하고 웃으면서 얘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화장품 판매점 등 각종 서비스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성희롱과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로부터 방치되고 있다.   

청년유니온이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과 함께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2일까지 전국의 15~29세 아르바이트생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와 신체적·언어적·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3%에 달했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청년 감정노동자 증언대회’에 감정노동 당사자로 참여한 류 아무개(26)씨는 처음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험했던 감정노동의 고충을 털어놨다.

“원래 제가 일하던 PC방에서 커피는 손님이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건데 한 손님이 지나가다 커피를 타 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타 드셔야 한다니까 자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며 엉덩이를 툭툭 치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화장실에 가서 마음을 추스르고 나왔더니 사장님이 대신 손님한테 커피를 뽑아줬어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청년 감정노동자 증언대회’에서 감정노동 당사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험했던 감정노동의 고충을 털어놨다. 사진=강성원 기자
 

류씨는 편의점에서 일할 때도 “손님이 담배를 피우면서 ‘애인 있느냐. 자유분방하게 생겼는데 연애도 자유분방할 것 같다’는 성희롱 발언 쏟아냈다”며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과 얘기하기도 싫었고 월급이 들어오면 내가 이 정도 받으려고 자존심 상해가며 일하고 있나 화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년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을 가중시키는 데에는 고객만이 아니라 사업주의 지나친 친절 강요도 한 몫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는 조 아무개(24)는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서비스 평가가 있어 본사에서 손님인 척 가장하며 방문해 고객 응대 방법을 평가해 간다”며 “본사에서 점장에게 얘기해 점장의 평가가 낮으면 아르바이트생에게 고스란히 책임이 전가돼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청소년 감정노동 실태에 대해 김현주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사업주들이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는 CS(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 제도의 점검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커피숍에 들어갈 때마다 인사를 하는 과잉 친절 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사업주는 무한경쟁 속에서 개선이 어렵겠지만 CS 제도는 청년노동자의 건강과 감정을 해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청년노동자의 감정노동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과 규제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표류 중인 감정노동자보호법 예비법안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원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는 경고를 해야 한다”며 “직원 보호를 위해 녹취 등이 진행되니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경고 제도가 우리 사회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캠페인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청년 노동의 특징은 일하다가 폭력을 당해도 대처 능력이 없고, 본인이 진로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출구가 없다”며 “집이 어렵고 본인이 막막하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상담센터에서 상담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담이 필요할 정도면 이미 심각한 상태이고, 상담이 만능인 것처럼 대책을 세우기보다 1차적으로 작업장에서 폭력 상황 노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중요하다”며 “교육과 정보 제공을 통해 당사자 스스로 초기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보급하는 등 서비스업종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한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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