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합의 직후 국회가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의 국회 본관 앞 농성장 철거를 시도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국회가 다시 세월호 농성장 철거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회 방호과는 지난달 30일 오후 8시께 국회 본청 앞 가족대책위 농성장 물품을 철거하려고 했다. 당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가족대책위 관계자들이 반발하면서 이날 국회의 철거 시도는 무산됐다.

국회는 또 세월호가족대책위 앞으로 정의화 국회의장 명의로 된 ‘국회의사장 현관 앞 점거농성 관련 당부말씀’이란 문서를 보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68일 만인 오늘(지난달 30일) 오랜 논의 끝에 세월호특별법을 위한 국회 일정이 합의됐다”며 “국회 질서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세월호 유가족의 깊은 이해와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자진 퇴거를 요청했다.

   
▲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가 설치한 종이배가 지난 7월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에 놓여있다.
ⓒ김유리
 

정의화 의장은 “국회의사당은 국가 중요시설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제11조) 등 관련 법규에 의해 경내에서 집회 및 시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청사 전부 내지 일부를 시위 또는 농성 장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 경내의 질서유지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위해 점거 농성을 바로 종결하고 잔디 광장을 비롯한 경내 설치한 종이배, 바람개비 등을 수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새정치민주연합 한 보좌관은 “국회 자체 경비인력을 제외한 경찰은 없었다”면서도 “국회가 현재는 공권력 투입 계획이 없다고 말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재근 세월호국민대책위 공동상황실장은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된 상황도 아니고 가족대책위가 여야 합의안에 동의한 것도 아니어서 농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가족대책위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현재까지 농성장 철거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이 고비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해외순방길에 오르고, 오는 7일부터 국정감사 일정이 본격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감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각 부처 공무원과 증인 등의 방문, 국회를 찾는 국민들의 ‘질서유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강제 철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3일부터 주말까지 연휴라 언론 주목도가 낮다는 점도 강제 철거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그동안 퇴거 요청 공문은 계속 보냈고, 그 일환으로 어제(9월30일)도 보낸 것”이라며 “다만 어제 철거를 시도한 것은 아니고 방호과에서 가족대책위가 철수한 줄 알고 일부 짐을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민경 국회 부대변인은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세 달 동안 국회 잔디밭에 가족대책위가 설치한 종이배와 바람개비 등을 치우지 않았지만, 사실 다른 국민이나 공무원, 외교사절단 등을 위해서라도 경내 질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회가 정상화 됐고, 앞으로 중요 회의도 열려야 하기 때문에 가족대책위도 나머지 합의를 국회에 맡겨주고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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