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강경대처 방침을 밝히고,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설치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심각히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수사 가이드 라인을 발표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사범 상시 적발, 명예훼손 사범 원칙적 재판 기소, 중대 허위사실의 경우 구속수사 방침 등이 검찰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검찰 방침에 대해 '사이버 긴급조치'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수사 방침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가원수 모욕을 염두에 둔 지침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누가 보더라도 이번 검찰의 발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가 실은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방침을 밝히면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사이버상 명예훼손 및 모욕사건 주요 리스트 자료를 발표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검찰이 자료에서 언급한 명예훼손 사건은 주로 공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국가기관과 공직자에 대한 국민적 감시와 비판를 통제하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정부나 공무원을 비판한 국민을 처벌해달라거나 손해를 배상하라는 이른바 ‘국민 입막음 소송’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2013년 4월까지 참여연대가 분석한 이른바 '국민 입막음 소송' 결과를 보면 24건의 형사사건 중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3건은 국가기관과 공적인물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7건은 고소인 스스로 고소를 철회했다. 6건의 민사사건 중 피고소인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은 한 건도 없었다.

국가기관과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이 쉽게 법적 제재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판례도 많다.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에 따르면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판결했다.

   
▲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지난 2006년 대법원은 "언론보도의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직자의 공직수행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에 관해 어떤 의혹을 품을 만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그 사항의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보도의 자유가 있다"고 판결했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가 지난달 25일 '아무 문제 없는 글을 쓴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시민들의 자기 검열 강화를 의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이버상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과 모욕에 해당되는지 판단해 법적 처벌을 하는 주체가 검찰이라면 아무리 '안심하라'고 주문하더라도 시민들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이번 방침에 대해 "세월호, 천안함, 국정원 대선 개입 등의 사안과 같이 정부가 공식입장을 확립한 사안에 있어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선제 대응의 주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번 방침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는 시민이 늘어날 경우, 정부와 집권 여당이 권력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번 검찰의 방침은 결국 국민의 명예가 아닌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만을 보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대통령의 개인의 명예보다 무겁다"며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인터넷 검열 중단 요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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