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을 잃지 말길, 지더라도 끝까지 당당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것이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삼성전자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승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우리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정당한 취재를 거쳐 작성한 기사가 오보임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알립니다’가 게재됨으로써 전자신문의 위상과 기자의 자존심은 바닥에 떨어졌다.” 전자신문 22, 23기 기자 일동. 

전자신문이 갤럭시S5 관련 기사가 오보라고 밝힌 지난달 25일 이후 전자신문에는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해당 기자는 기사의 ‘팩트’가 맞다며 반발했으나, 편집국장은 사실상 오보를 인정하는 ‘알립니다’를 내보냈다. 노동조합은 편집국장 불신임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기자들은 잇따라 기수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관련기사 : 허무하게 끝난 삼성전자-전자신문 전면전 6개월]

전자신문 21~24기 기자들은 지난달 29, 30일 이틀 동안 성명서를 내고 박승정 편집국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갤럭시S5 렌즈 수율’ 기사를 쓴 이형수 기자의 동기인 21기 기자들은 “삼성전자의 부당한 언론 압박에 맞서 싸우자는 대의를 외치며 후배들의 결속을 요구한 편집국장은 오보를 인정하는 수준의 합의문을 결과로 내놓았다”며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무엇을 위해 삼성전자와 싸웠고 무엇을 얻었는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독자와 취재원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끄러운 기사를 신문 하단에 실었다. 이를 가리켜 ‘오보 인정’이 아니라는 말로 독자와 취재원, 구성원을 기만하는 발언을 해 스스로 신임을 저버렸다”며 편집국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 4월8일 전자신문 1면에 실린 [알립니다].
 

22, 23기 기자들은 공동 성명서에서 “먼저 삼성에게 경고한다. 우리는 돈을 이용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며 “언론으로서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등돌린 독자를 되찾는 길은 권력과 금력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편집국장에게 “굴욕적 결말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편집국장은 무엇도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동의도 묻지 않은 채 ‘알립니다’를 게재했다”며 “납득할만한 설명”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자신문지부는 오는 2일까지 편집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박승정 편집국장 불신임제 발의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지부는 지난달 26일 긴급 비상총회에서 “사전 설명회에서 편집국을 이끌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편집국장에 대해 ‘불신임제’를 통해 분명한 책임을 묻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 9월26일 전자신문 19면에 실린 [알립니다].
 

후배 기자들의 성명서가 잇따라 나오자, 박 국장은 이메일을 통해 편집국 구성원 전체에게 자신의 입장을 다시 밝혔다. 박 국장은 “’알립니다’는 삼성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한 것이 아니다”며 “설명회에서의 ‘알립니다’는 삼성이 ‘정정보도’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나온 양측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형수 기자의 기사는 ‘카메라 렌즈 수율이 20~30%에 불과해 출시 예정인 갤럭시S5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고 출시계획을 미뤄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성 기사로, ‘정정보도’의 사안이 아니다. 삼성이 ‘언론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록 삼성이 출시 예정일이었던 4월 11일 전 세계 동시 출시를 했지만 당시 이형수 기자가 취재한 내용이 기사화할 상당성이 있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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