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리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세월호 유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 사건과 비교해서도 과한 처사라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의 압력에 눈치를 본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김병권 전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부위원장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쌍방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경찰이 CCTV상 세월호 유족 측의 일방폭행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고, 일방폭행을 부인하는 유족을 증거 인멸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세월호 유족 측은 행인 정 아무개 씨가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을 밀쳐 치아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쌍방폭행이 아닌데 그 부분은 정리할 게 없다”며 “정 씨에 대해서는 정당방위 여부만 검토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 씨의 진술에만 무게를 두고 김 전 위원장의 진술은 거짓말로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또 대리기사가 전치 4주 부상을 입은 것을 구속영장을 신청함에 있어 주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과거 사건과 비교해서도 과한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9월 P사 이 아무개 회장은 재무이사 김 아무개씨를 통해 조직폭력배에게 3억 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해 공동상해교사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혐의는 인정되나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없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행을 공모하고 폭력 행위를 사주한 혐의로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이 사안과 비교했을 때 대리기사 폭행사건은 시간 지연 문제로 우발적으로 벌어졌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해서도 피고발인으로 출석시켜 대리기사 이 아무개씨와 대질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리기사 변호인은 김현 의원이 폭행의 발단을 제공했다며 ‘공동공모정범’ 개념을 제시했다. 김 의원이 범행을 공모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경찰청 전경 모습
 

하지만 지난 2007년 세상을 시끄럽게 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보복폭행 사건만 보더라도 공동공모정범 개념을 김현 의원에 적용하기 어렵다. 

김승연 회장 아들 보복 폭행 사건은 서울 북창동 한 술집에서 김 회장 둘째 아들이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얻어맞고 오자 김 회장이 술집 종업원들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폭행한 사건이다. 김 회장은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술집 종업원을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했고, 술집으로 돌아가서도 술집 사장의 빰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은 당시 김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도 폭행 원인을 제공했던 둘째 아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애초 경찰에서는 보복 현장에 김 회장의 아들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공동정범’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불구속 입건했다. 

최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성추행 사건도 경찰의 봐주기 논란이 일면서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과 비교되고 있다. 

박희태 전 의장은 지난 9월11일 여성 캐디의 신체를 수차례 접촉해 고발 당했다. 피해여성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라운딩 교체 요구를 들었던 골프장 측의 진술도 일치했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강원도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와 함께 조사에 나서 박 전 의장에게 출석을 통보했는데 박 전 의장은 출석 요구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9월29일 새벽 4시 30분경 경찰에 기습 출석했다. 박 전 의장은 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수사팀의 차량을 타고 경찰서를 빠져 나갔다.

언론 노출을 피하려는 박 전 의장을 위해 경찰이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 전 의장은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고의성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은 결국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세월호 유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법학자 단체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헌법상 불구속 수사 재판이 원칙인데다가 유족들이 일방 폭행을 부인하는 점을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법정에서 다툴 문제를 수사 단계에서 경찰의 뜻대로 자백하라고 강요하는 꼴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김경진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형사소송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더라도 곧바로 유족들이 출석했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없고, 일부러 증거를 조작했다거나 허위 목격자를 내세운 것도 아니어서 증거인멸 우려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90년~2000년대 사이에서 4주 전치 부상을 가지고 영장을 청구한 사례는 있지만 제 기억으로 이후에 이 정도 부상으로 영장을 청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김현 의원을 폭행 유발자로 보고 혐의를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동공모정범이 되려면 폭행에 대한 모의가 있어야 하고,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김 의원이 폭행을 음으로 양으로 도와줘야 하는데 대리기사가 김 의원의 명함을 받고 행인한테 건너주고 김 의원이 돌려주라는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구속영장 신청이 엄격한 법적 잣대가 아니라 여론 재판으로 흐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김현 의원에 대해 징계안을 제출하면서 대리기사 폭행 사건의 주범으로 몰고가는 등 공세를 강화한 것이 경찰에 부담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2일 “경찰서장급의 수사로는 안되기 때문에 이제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 경찰청이든 서울청이든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여기서 명명백백히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며 “적어도 경찰서장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통해 여권과 보수 언론으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고 검찰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김경진 변호사는 “사건을 정치화시켜버린 것”이라며 “영장 신청 양형 기준 측면과 기존 관행에 비춰 과하다. 사건을 떠나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유족들인데 이렇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것은 이들을 완전히 밟아버리겠다는 매정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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