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국민‧한국‧동아‧문화일보 등 몇몇 언론사들이 동성애 반대광고를 실었다 광고 안에 허위사실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지난 25일 경향신문 15면에는 ‘동성애 차별금지 조항’이 서울시민인권헌장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광고가 실렸다. 참교육 어머니전국모임, 나라사랑학부모회, 바른교육교사연대, 서울시유권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이 실은 광고였다.

문제는 광고 안의 ‘동성애 편드는 서울시장’이라는 대목이다. 이 광고는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자인 이계덕 기자에게 서울시내에 동성애 차별금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직접 방법을 안내해줬다”고 주장했다. 이 광고는 25일자 국민일보, 한국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에도 실렸다.

   
▲ 25일자 국민일보 30면
 

당사자인 이계덕 기자(신문고뉴스)는 이 같은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26일 오전 해당 언론사들에 대해 민사소송(명예훼손)을 걸었다. 개인의 사생활영역에 해당하는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실명, 직업을 공개한 채 ‘박원순 시장이 차별금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직접 방법을 안내해줬다’는 허위사실을 게재하였고, 이 광고를 게재하면서 당사자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계덕 기자는 광고주인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명예훼손)을 걸었다.

이계덕 기자는 지하철, 버스, 구청 게시대 등에 광고를 계획한 시점은 지난 2012년 4월 9일 경이었으며, 이는 박 시장의 안내를 받아서가 아니라 영국 시내버스에 실린 차별금지 광고를 보고 떠올린 것이라 말한다.

이 기자는 계획대로 지하철에 “어떤 사람은 동성애자죠! 받아들여요”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하기 위해 도시철도공사에 문의했다가 반려를 당한다. 그러자 이 기자는 도시철도공사의 상위기구인 서울시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고, 박원순 시장 이름으로 4월 19일 이메일 답변을 받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답변에서 “지하철 운영기관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설립된 지방공사로써 광고 등과 같은 부대사업에 대해서는 사장의 책임 하에 독립경영하고 있으며, 서울지하철 전동차 및 역 구내에 부착된 상업광고는 전문 광고대행사가 광고대행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공사가 수행하는 업무가 명백히 법령 등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 업무에 간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계덕 기자에게 보낸 답변.
 

이후 이 기자는 광고를 위해 종로구청에 현수막 게시대 사용을 신청했고, 5월 2일 구청은 지정 게시대에 광고게시를 허가했다. 5월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시 한 번 이 기자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답장을 보낸다. “서울시나 구청 현수막 게시대 건은 현재 서울시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별도의 지정게시대는 없지만, 시민들이 개별적인 광고를 하실 수 있도록 25개 자치별로 유료 지정현수막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기자는 소장에서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것에 불과하며 ‘직접 안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박원순 시장이 광고 현수막에 대해 밝히기 전인 5월 2일 이미 종로구청이 해당 광고 게재를 허가했다.

그렇다면 광고를 게재한 시민단체들은 어떤 근거로 박원순 시장이 차별금지 광고 방법을 ‘직접 안내’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근거는 2012년 5월 13일자 국민일보 기사 <동성애 편드는 서울시>로, 해당 광고에는 이 기사가 인용돼 있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광고를 하기 전 동성애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서울시에 물었고, 박원순 시장 명의의 전자문서 답변에 따라 광고를 하게 됐다”는 이계덕 기자의 말을 인용한다.

하지만 이계덕 기자는 애초에 이 기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의 명의의 전자문서 답변에 따라 광고를 하게 됐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 이계덕 기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5월 13일 기사가 나가고 국민일보에 항의했는데, 어쨌든 박 시장이 광고에 대해 설명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하더라. 기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터치하지 않았다”며 “모든 기사가 다 사실이 아니고 이미 해명도 나왔는데 광고에 그걸 그대로 싣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시도 해명자료를 냈다. 서울시는 “민원에 대한 답변으로 광고게시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을 확인하도록 한 것”이라며 “‘서울시가 동성애를 편들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 25일자 경향신문 15면
 

언론사들은 광고주가 제작하는 것이기에 내용을 일일이 살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일보 선교홍보국 관계자는 “기사라면 모르겠는데 광고는 우리가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광고국 관계자 역시 “단체(광고주)가 어딘지도 잘 모르고 대행사에서 하는 일이기에 자세히는 모른다”며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걸러내겠지만 광고 때문에 일일이 다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계덕 기자는 허위사실을 포함한 광고의 경우 이를 내보낸 언론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 기자는 소장에서 “보도의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청구’ 절차 등을 통해 반론 또는 정정 등의 구제절차가 있으나 광고는 구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광고를 통한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 외에는 구제방법이 없으므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또한 “반론을 게시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방법의 지면광고를 해야 하는데, 돈이 없는 경우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해야 한다”며 “허위 정보를 신문에 게시하는 대가로 광고비용을 받는 등 영리를 취하였기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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