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로 취임한 황우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25일 오후 교육부 주최로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개선을 위한 두 번째 토론회에는 사회자인 강석화 경인교육대학교 교수와 주제발표를 맡은 최병택 공주교육대학교 교수를 제외하고 역사학자들은 토론에서 배제됐다.

대신 또 한 명의 주제발표자인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와 함께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 등 반(反)전교조·뉴라이트 성향의 시민단체·법조계·학계 인사들이 지정토론자로 대거 참여했다. 

2명의 발표자와 7명의 토론자 중 한국사 교과서 자유발행제 전환을 주장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며 5명(조진형 대표·이경자 대표·고영을 고구려대 이사장·이헌 변호사·이성호 중앙대 교수)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했다. 

황 장관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질의에 “국정화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후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결정돼야 할 문제”라며 “역사교육은 통일되고 일관된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장관 취임 후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5일 오후 교육부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검토’ 토론회 앞서 서울교대 정문 앞에서 한국사 국정화 반대와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조진형 대표는 “현재 학교 교육 현장은 이념 편향적인 근현대사 서술로 채워진 교과서와 일부 좌편향 교사들의 계기교육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사실로서 규명된 정사(正史)로 씌인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자 대표도 “국정을 검인정으로 바꿔 역사교과서가 다양해서 좋아진 줄 알았는데 8개 교과서중 7개가 좌편향이고 교학사 교과서 하나만 정상적 가치관으로 만들어진 교과서였다”며 “역사문제를 인식해 교학사 교과서를 택한 용감한 학교가 좌파·전교조 세력의 집중포화에 초토화되는 것을 보며 공포와 심각성을 절감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광주시 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사퇴한 고영을 고구려대 이사장은 “현재 발행된 8종 교과서는 집필자의 역사관에 따라 교과서 내용의 차이가 상당하고 좌편향·친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교과서로 전환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감소해 정신적으로 편안해지며 수능고사에 따른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행 검정 교과서 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을 펼친 박이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역사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배우는 교과인데 자칫 특정 이념이란 잣대에만 몰두하게 되면 역사교육에 ‘국가’만 있고 ‘역사’는 사라질 수 있다”며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역사교육과 관련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해 국가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국정교과서 체제를 취할 경우 여당의 정치적 성향이 교과서에 반영될 우려가 매우 크고, 그러면 지금보다 더 첨예한 의견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이 여러 종류의 검정 교과서가 존재하는 것이 상호 견제를 통해 교과서의 내용이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교과서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관련 교육부 1차 토론회에서는 참석한 다수의 역사학자들이 현행 검정체제를 유지·보완해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최근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사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해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먼저 국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서울교대 정문 앞에서 한국사 국정화 반대와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하며 “교육부의 문·이과통합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의 국정화는 한국사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전략적 꼼수에 불과하다”며 “한국사 국정화 문제와 교육과정 개정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교육부가 교육주체와 소통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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