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어리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더 무시하거나 막 대하는 건 있어요. 아직 철이 안 들어서 고객 응대를 잘 못한다 이런 식? 지금은 저보다 더 어린 직원들이 있는데 훨씬 더 심하죠. 딸 나이라서 예쁘다고 해놓고 작업을 걸어요.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25세 여성)

아르바이트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과 직무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노동 전국네트워크, 청년유니온,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아르바이트 청년의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4%는 자신의 기분에 상관없이 일하면서 항상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 및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75.3%에 달했다. 이 중 무리한 요구가 53.8%로 가장 많았고 인격무시 발언(50.7%)과 욕설 등의 폭언(39.6%)가 뒤를 이었다. 성희롱과 신체접촉은 15.1% 수준이었다.

   
▲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지난 8일 홍대 인근의 커피전문점, 편의점, 옷가게 등지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송편을 나누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에 더 자주 노출된다고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9.2%였다. 아르바이트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에 더 자주 노출된다고 느낀다는 응답자도 68%에 이른다. 바(BAR. 긴 카운터가 있는 서양식 술집) 아르바이트를 했던 25세 여성은 “성적 모욕감이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장은 ‘우리 알바생한테 그런 이야기 하지마’라고 하지 않고 같이 히히덕거렸다”며 “사장이 더 미웠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2%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을 피하거나 전화를 끊을 수 없다고 답했다. 고객의 무리한 서비스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26.3%에 이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30세 남성은 “소주를 낮에 절반 먹고 나머지 절반은 저녁에 먹기 위해 시원하게 보관해달라는 손님도 있었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등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감정노동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는 청년들의 자존감 저하와 감정적 소진, 우울증, 자기 공격적, 취업 거부 증상 등으로 발현된다”며 “아르바이트는 청년세대가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노동의 경험인데, 이 첫 번째 노동이 보람과 즐거움이 아니라 상처와 땀 흘려 일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기의 아들, 딸 또래라고 생각하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며 “자기 자식들이 아르바이트 하면서 이런 대접 받는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레스토랑, 주점·호프, 베이커리·디저트 판매점 등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전국의 15~29세 아르바이트 청년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