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녀네 집에서 저녁상을 물리고 난 조희오가 면사무소 옥상에 있는 가건물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30분이었다. 가건물 안에는 위도주민 백여명이 모여 있었다. 조희오는 회의장 뒤편에 서서 정면의 단상을 바라보았다.
“우리 위도는 시방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똘똘 뭉쳐가꼬 이 위길 슬기롭게 극복 헐 수 있는 길을 찾어야 됩니다. 오늘 여러분은 부족허기 짝이 없는 제게 서해훼리호 참사 위도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셨습니다. 이 자리가 월급을 받는 자리도 아니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도 아닙니다. 오직 시련을 겪고 있는 위도 주민을 대변허고, 위기에 빠진 위돌 구허는디 앞장을 서야 되는 참말로 어깨가 무거운 자립니다. 어찟꺼나 지 나이가 인자 칠순을 앞두고 있는디요. 애기 때 울 오메 젖을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부어가꼬 여러분의 바램에 부응허는 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허겄습니다. 이렇기 취임살 마치고요. 지금부턴 아까참으 논읠 힜던대로 서해훼리호 참사 위도대책위원회 산하에 두기로 헌 위도유가족협의회를 조직허도록 허겄습니다. 협의회의 회원은 당연히 유가족들로 구성헐건디, 희생자 한 분 당 유가족 한 분을 회원으로 모시겄습니다. 앞으서 결정을 헌대로 지는 위도유가족협의회 고문을 맡게 되는디 임원은 말입니다. 회장 한 분, 부회장 두 분, 그러고 사무총장 한 분허고 감사 두 분을 뽑을까 허는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서해훼리호 참사 위도대책위원회 위원장 김동필이 이렇게 제안 하자 회의에 참석한 위도 주민 대부분이 동의했다.
“네, 그러믄 말입니다. 위도유가족협의회 의장을 맡을 분을 추천 해주시면 좋것는디, 유가족 중 적임자가 있으면 천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두길씨를 추천헙니다.”
김동필의 제안이 떨어지기 무섭게 회의장 오른쪽 중간 창가에 서있던 심사곤이 김두길을 추천했다. 마치 위도유가족협의회 의장을 추천해 달라는 김동필의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김두길씨가 유가족인가요?”
단상의 김동필이 이렇게 심사곤에게 물었다.
“네, 물론 유가족입니다!”
“아니 어떻기 김두길씨가 유가족이죠?”
“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번 참사로 작은 딴치도 홍난파씨 내외가 사고를 당힜습니다. 홍난파씨 부인은 김두길씨 부인 박미자씨의 육촌 언닙니다. 그런디 홍난파씨의 장모님 강정순씨가 어저끄 저녁에 저희 집에 찾어와가꼬 허시는 말씀이 자신은 연로 헌디다 전주서 학교 댕기는 외손주들 뒷바라질 헐라믄 앞으로 어찌기 혀야 되것냐고 상읠 험서러 무남독녀인 따님의 유가족 대리인을 김두길씨더러 쫌 맡어달라고 신신당불혔습니다. 그리서 지가 그 의견을 김두길씨헌티 전힜고, 이래저래 공사가 다망헌 김두길씨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허다가 결국은 강정순씨의 부탁을 받아 들였는디, 여그 강정순씨가 써준 위임장을 이렇기 받어 왔고만요.…”
심사곤이 강정순씨의 인감도장을 찍었다는 위임장을 들이밀자 김동필은 일단 김두길을 의장 후보로 접수한 다음 두번째 후보자의 추천을 주문했다. 그런데 다른 후보를 추천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단독으로 입후보 한 김두길이 위도유가족협의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저 씨발 새끼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이여? 분명 짜고 치는 고스 톱 같은데, 아 씨발, 이걸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되는 것이여, 엉?…”
조희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그 불꽃은 금세 사그라졌다. 회의장 앞쪽에 그의 친형인 조희진과 조희택이 앉아있다 보니 혀끝에 걸려 있던 분노도 입 밖으로 뱉어 낼 수가 없었다.
“자, 그러믄 말이죠, 여러분이 선출을 혀주신 서해훼리호 참사 위도유가족협의회 김두길 의장님을 단상으로 모셔서 취임살 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여러분,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를 받으며 김두길이 단상에 섰다.
“감사헙니다. 제게 서해훼리호 참사 위도유가족협의회 의장이라는 힘들고 무거운 직책을 맡기셔서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한편으론 큰 영광이기도 헙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것지만 제가 오늘 아침 위도 주민들을 대표혀서 파장금 방파지서 영민국 대통령한테 위도의 실정을 정확허게 알리고, 또 우리 유가족들을 포함헌 위도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조목조목 전했는데…”
이렇게 시작된 김두길 의장 취임사는 10분정도 이어졌다. 그는 흐릿한 웃음을 간간히 피워 올리며 즉흥 연설을 막힘없이 이어갔다. 마치 원고를 미리 준비해서 달달 외운 것처럼.
“아이고 아이고 내 팔짜가 어쩌다가 이 꼴인가, 아이고 아이고 못 살것네 폭폭혀서 못 살것네, 아이고 아이고 내 팔짜야 몹쓸년으 팔자로다, 아이고 아이고 나 죽것네 가심이 찢어져 나 죽것네, 엉어어어!…어엉어어!…”
어두운 밤하늘에 이춘녀의 곡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이춘네 집 작은방에 누워 있는 조희오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모 이춘녀의 애끊는 통곡소리가 한 시간 넘어 계속되다보니 가슴이 메는데다 철지난 모기들이 간간히 달려들어 깜박 들었던 잠도 달아나곤 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저 수평선 너머엔 지옥의 불바다가 펼쳐있는 듯 하고 한 번 발이 푹 빠지면 죽어도 빠져 나올 수 없는 늪지대가 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아 씨발, 이 모기 새끼들은 왜 또 지랄이여, 내 필 배가 터지게 빨어 먹었으면 고만 빨어 먹어도 될 텐데, 다시 또 빨어 먹겠다고 덤벼드니 원!… 그려, 실컷 빨어들 먹어라, 밤새도록 빨어들 먹어라!… 씨발, 내 피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피를 어제도 빨어 먹고 오늘도 빨어 먹고 내일도 막 빨어 처먹을 이 나라 인간 흡혈귀들한테는 찍 소리도 못 허는 주제에 내가 무슨 염치로 니들을 나무라겠냐! 야, 이 모기 새끼들아, 어서 내 필 빨어 먹어라! 나 이 밤에 피가 말라 죽어도 좋으니 어서들 달려들어 내 필 빨어 먹으라고!…”
비몽사몽간에 조희오는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희오야!… 희오야!…”
낯익은 임사공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렸다. 조희오는 자리에서 펄떡 일어나 앉았다. 임사공은 어느새 어두운 방안에 들어와서 앉아 있다.
“아니 이모부!…”
“쉿!…”
임사공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서 자신의 입술에 대고 조희오에게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취했다. 그런 다음 조희오의 귀에 입을 대고 모깃소리처럼 작고 가냘픈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발 조용히 허고 시방부터 내말을 좀 잘 들어봐라 잉! 그끄저끄 나 허고 최 선장허고 용케 침몰허는 객선서 빠져 나와가꼬 너그 동네 대리로 도망쳐서 지금까지 띠뱃놀이허는 원당에 숨어 있었는디, 옷허고 먹을 것도 좀 챙기고 마지막으로 너그 이모 얼굴이나 한 번 볼까 혀서 여그 집에 들렀다만 어찌끼 헐래, 쩌그 면사무소 앞으 용달차가 한 대가 세워져 있던디 가만 본께로 차 키가 꽂아져 있더라. 그 찰 훔쳐 타고 날 좀 전막리까지 태워다 줄쳐?”
임사공의 귓속말에 조희오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려, 참말로 고맙다. 방금 안방엘 살짝 들어갔다 나왔는디 영범이허고 너그 이몬 곯아 떨어졌더라. 그라고 시방 집 대문 앞엔 전경들이 서너 놈 서 있던디 요 뒷문으로 살짝 빠져 나가가꼬 뒤안 텃밭을 지나 담을 넘자 잉!”
시간이 촉박하고, 처지가 곤란한 탓인지 임사공은 뒷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근디 희오야! 집을 나서기 전이 한나만 부탁을 좀 헐 것이 있는디, 다름이 아니고 말이다, 오늘 새복에 최 선장허고 나는 외국으로 망명을 허던지 아니믄 북한으로 월북을 헐라고 석금 방파지에 묶여 있는 너그 성 희진이네 밸 점찍어 뒀고, 시방쯤 최 선장이 남몰래 이배 저배 올라가가꼬 지름을 훔쳐다 연룔 충분히 확보혀 놨을턴디, 어찌끼 헐래, 너도 같이 배를 타고 한국을 떠날래 어쩔래?”
임사공의 제안이 너무도 황당한 듯 조희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무튼 말이다. 자세헌 야그는 차 안에서 허고 언능 출발허자. 시방 최 선장이 석금 방파지서 눈이 빠지게 날 지둘리고 있을턴게!”
배낭을 짊어진 임사공이 작은방 뒷문을 살짝 열고 뒤뜰로 나가자 조희오는 지체하지 않고 그를 따라 나섰다.
“올해 니 나이가 스물 아홉이고, 니가 학창시절을 어떻기 보냈는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는디, 니가 재술허고 대학 들어가서 무신 지껄일 허다가 깜방에 들어갔는지 이 이모부가 모를 줄 아냐? 너 85년에 대학교 1학년이었고 그해 5월인가 서울에 있다는 미국 문화원인가 허는디를 기습혀서 점거헌 대학생들을 돕다가 큰 홍역을 한번 치렀지야? 너 대학교 3학년 땐가 전국 각지서 데모를 크게 헐 때 거리 시윌 주도허다가 깜빵에 갔잖여. 그 때 너그 오메가 얼매나 고생을 헌지 아냐? 너야 깜빵에 처박혀 있었응께 잘 모리것지만 난 여그 위도서 너그 오멜 옆으서 똑똑히 지켜 본 사람이다. 너 그 공을 다 갚을라믄 이렇기 살어선 안 될 것이고만!… 열 손꼬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꼬락이 으디 있것냐만 너그 성지간 넷 중으서 너그 오메가 가장 애끼고 사랑헌 자식이 임마 막둥이인 바로 너여! 어쩌서 너그 오메가 자식들 중으서 너 헌티 더 애착을 가진 줄 아냐? 니가 유복자기 때문인디 니가 태어나기 전으 너그 아부지가 돌아가셨잖여, 널 맹글어 놓고 너그 아부지가 넘으집 고깃밸 타다가 배에 불이 나가꼬 돌아가셨잖여! 너그 아버지 초상을 치르고 나서 육지 벵원에 가서 뱃속에 있는 널 지우것다고 넉 오메가 진리 우리집에 수술빌 빌리러 찾어 왔길래 나허고 너그 이모허고 얼메나 뜯어 말린지 아냐? 한 사흘 뜯어 말린께 너그 오메가 꼬랑질 내리더라. 그리서 니가 시상에 태어난 것인디, 청상과부가 넘으집 날품까지 팔아감서 널 대학까지 보내 논께 니놈은 허라는 공분 안허고 맨날 데모나 허러 댕기고, 지집년들 똥OO이나 빨러 댕긴다는 소문이 자자허는가 싶뎅 어느 날 니가 깜빵에 들어갔다고 허니 넉 오메가 얼메나 큰 충격을 받었것냐! 불과 6년전으 일이고 넘도 아니고 내 처형허고 조카 일이라 너 깜방에 들어가던 87년 유월으 그 일들을 난 시방도 생생허게 기억을 허고 있는디, 너그 오멜 더 힘들게 헌 것은 너그 큰성 희진이다. 너그 성수인 희진이 각시도 마찬가진디 두 사람이 너그 오메헌티 늘 불만을 가진 이유가 무신지 아냐? 집안 살림도 어려운디 널 전주로 고등학굘 보내고 서울로 대학을 보냈다고 그맀던 것이여. 가난헌 집안서 태어나가꼬 그것도 홀에미가 쌈짓돈을 털어서 대주는 쥐꼬리만헌 학비허고 생활비로 육지서 고등학교허고 대학굘 댕기니라고 너도 참 심들고 어려웠것지만 너그 오메가 너 땜시 겪은 고초는 참말로 상상을 초월힜는디 니가 고걸 잊어벤지믄 넌 참말로 사람새끼가 아닐 것이고만! 아무튼 간에 넌 대학교 졸업도 지대로 못허고, 새끼까지 한나 퍼질러 나가꼬 여편네 댔꼬 방파지 장살허것다고 작년 여름으 서울서 객포로 왔는디 고때 너그 오메가 얼메나 폭폭허고 가심이 아픈지 멫날 메칠을 드러 누웠다. 그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너그 성허고 성수으 반댈 무릅쓰고 너그 아들을 봐주겄다고 나섰는디 너그 오메가 너 땜시 그런 고생을 헌 것을 참말로 하늘도 알고 땅도 알었던지 수백멩이 빠져 죽어가는 인당수서 살려줬다만…”
진리 면사무소 앞에서부터 조희오를 향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던 임사공의 쓴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용달차가 진리 고개를 넘어 치도리 송가산장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다. 용달차 운전대를 잡고 있는 조희오는 차를 멈춰 세운 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임사공의 입을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았다. 임사공이 조희오의 어머니 이춘심이 살아있다는 말을 뱉어냈기 때문이다.
“아니 이모부! 그럼 지금 어머니랑 같이 도줄하고 계시나요?”
“어, 그러고 있는디, 니가 놀라까봐서 아직 야글 안힜다만 사실은 너그 아들도 시방 석금 끄터리 자밤나무 숲에 최 선장이랑 같이 숨어 있고만!”
“무어 뭣이라구요, 도 동 동해까지요?”
조희오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묻자 임사공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렇다!’고 말했다.
“어머니, 엉어어어!… 동해야, 어엉어어!…”
조희오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사공이 오른손으로 잽싸게 조희오의 입을 틀어막았다. 검찰의 지명수배가 떨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암행이 발각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듯 했다. 아무튼 그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길을 사흘 전 서해훼리호 침몰 순간으로 돌렸다.
“여객선이 까랑질 때 내가 조타실서 최 선장허고 기적적으로 빠져 나왔뎅 물에 둥둥 떠 있는 동해가 내 눈에 띄더라! 그리서 내가 동핼 구졸혔고, 최 선장이 으디서 구명정을 끌고 왔길래 거그 동해허고 나도 함께 올라타서 노를 저어 파장금으로 들어갈라고 허는 참인디 물속서 너그 오메 시신이 떠오르지 뭐냐! 그리서 구명정으로 끌어 올려 최 선장이 인공호흡을 혀가꼬 넉 오멜 살렸는디, 이것 참 솔직허게 말허믄 너그 오멜 모시고 우덜이 시방 함께 도줄허고 있는 건 최 선장허고 나허고 살어있다는 것이 뽀록날까봐 그러는 것이다만...”
임사공이 속이 타는지 담배를 꺼내 물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아니 이모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모부가 살자고 동해와 어머닐 지금 인질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구요?”
“야 임마, 내가 언지 너그 오메허고 아들을 인질로 삼었다는 것이여?”
“인질로 삼은 것이 아니면 납칠허신거요? 이모부허고 최 선장이 도줄헌 것이 들통날까봐 우리 어머니허고 아들을 납칠 한 것 아니냐구요?
“어따 이 자식 참, 사람 미치게 허네! 야 임마, 넉 오메허고 너그 아들을 우덜이 인질로 삼은 것도 아니고, 납칠 헌 것도 절대 아니란 말이여!”
“그래 인질도 아니고, 납칠 헌 것도 아니라고 칩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겁니까? 오늘 새벽, 이모부하고 최 선장허고 희진이 성네 배를 훔쳐 타고 외국으로 망명을 허거나 북한으로 월북을 헐 것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흐으윽!… 우리 어머니하고 흐으윽!…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할꺼냐구요?…”
조희오의 입에서는 통곡과 절규가 쏟아져 나왔다. 임사공은 거의 꽁초만 남은 담배를 꺼지도 않고 차창 밖으로 내버렸다.
“같이 배를 타고 일단 위돌 빠져 나갈란다!”
“아니 이모부! 지금 미쳤습니까? 위돌 떠날려면 두 분만 떠나지 왜 우리 어머니와 아들을 데리고 간다는 겁니까?
“너그 오메가 우덜을 따러간다는디 날 더러 어쩌란 말이여 임마?”
“뭐가 어쩌고 어째요? 우리 어머니가 이모불 따라간다고 그러셨다구요?”
“그런다고 혔당께!”
“그럴 리가 있나요.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 아니 우리 어머니가!… 도대체 왜 이모불 따라 외국이나 북한으로 가신다는 겁니까?”
“그 이윤 나도 잘 모릉께 고만 입 닥치고 언능 석금으로 가자! 내 야그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임마 석금 방파지 가서 너그 오메헌티 니가 직접 물어보믄 될 것 아녀!”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희오는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런 다음 급히 액셀을 밟았다. 치도리 송가산장에 출발한 용달차가 소리와 대리를 거쳐 전막리 어귀가 눈에 들어오자 임사공이 차를 세우라고 독촉을 했다.
“아니 이모부, 왜 여기서 차를 세우라고 그러시는거죠?”
“쩌그 전막리로 들어갈라믄 어선신고소가 있잖어! 그런게 여그 서 찰 버리고 저 우그 까끔 쪽으로 올라가가꼬 전막리 마을 뒷길을 이용혀서 석금까지 가야 쓰것다!”
조희오는 약 3백미터 전방에 있는 전막리 어선신고소를 바라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선신고소의 앞에는 전경이 한 명 서 있고, 신고소 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벌써 차에서 내린 임사공은 길도 없는 풀숲을 헤치고 대리 뒷산인 까끔 쪽으로 향하는 비탈을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이모부, 차라리 바닷가 쪽으로 접근해서 석금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얌마 쩌그 저 전경이 저렇기 서 있는디 어찌끼 전막리 장불을 지나 석금까지 간다는 것이여, 잔소리 말고 언능 날 따러 오랑께!”
짙은 어둠 속에서 임사공은 길도 없는 풀숲을 능숙하게 헤치며 가파른 비탈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 뒤에 선 조희오는 투덜거리면서도 임사공을 따를 수밖에 없다. 약 1㎞ 앞 석금 방파제 근처의 숲속에 사흘 전 인당수에 빠져 실종된 어머니와 아들이 숨어있다고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