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막론하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에 대한 폐지·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 사태가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한서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은 지난 19일 학교와 서산 해미읍성에서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침묵 퍼포먼스를 펼쳤다. 지난 4월 서일대 연극과·문예창작과 학생들이 대학의 일방적인 폐과 통보에 항의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퍼포먼스 시위를 벌였던 모습을 다시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23일 한서대 연극영화학과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서대는 지난 2월 이미 결정된 연극영화학과(정원 40명)를 폐지하고 영화영상학과(정원 25명)를 신설하는 학과 개편 방침을 해당 학과 학생들에게 이달 중순까지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소속된 학과가 내년부터 없어진다는 이 같은 소식을 지난 15일 입학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수시모집 요강을 확인하고서야 알게 됐다. 연극영화학과 대책위는 “학교 측과 학과 교수들은 연극영화학과 연기전공 폐지에 대해 학생들에게 어떠한 동의도 구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물을 때까지 정확한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며 “한서대는 우리를 알 권리도, 말할 권리도 없는 430만원짜리 노예로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지난 19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한서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생들. 사진=한서대 연극영화학과 대책위원회 제공
 

연극영화학과 대책위 한연주 학생(11학번)은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1학기 때 통폐합 얘기가 나왔을 때 학생들이 불안해서 교수들에게 계속 물어봤는데 교수들은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다며 기다리라고만 했다”며 “학과 조교로부터 연기전공 폐지 얘기를 듣고 학교 측에 항의하자 학교는 학과 ‘폐지’가 아니라 ‘통합’이라고 말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학교가 연기전공을 폐지하는 이유와 근거, 일방적인 결정 과정에 대해 확실히 답하지 않고 대책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학교 내에서 상복을 입는 퍼포먼스 시위도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학과 통폐합을 둘러싸고 학교의 결정에 학생들이 무기한 수업거부 투쟁까지 나서는 등 홍역을 치렀던 서일대의 경우 문예창작과와 영화방송과를 통합해 영화방송예술과로 개편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호 서일대 문예창작과 학회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교수들과 의논해 문예창작과 커리큘럼 25%와 정원 50%로 조정해 다음 학기부터 통합학과로 진행하기로 최종 합의를 봤다”며 “당시 세월호 사고라는 악재가 있었고 교육부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보니 학교의 강력한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폐과 논란이 일었던 남서울대 운동건강학과의 경우 학생들의 시위와 서명운동 등 반발이 커지자 결국 학교 측은 총학생회와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그 결과 가장 논란이 됐던 운동건강학과의 경우 스포츠건강관리학과로 계열과 명칭이 변경됐지만 기존 커리큘럼과 학사학위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남서울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고 추후 정책사항 결정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학생대표들과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며 “학과 대표자들과 함께 부총장, 대학구조개혁 위원장을 만나 협의를 이끌어 냈고, 이 같은 결과에 대한 합의를 문서화해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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