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 17일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유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유족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사생활’ 취급하던 언론이 유족 일부의 잘못을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21일 KBS는 유가족들의 폭행 관련 소식과 조직폭력배 소식을 한 리포트로 묶었다. KBS는 이날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가운데 일부가 경찰 조사를 더 받게 됐습니다”고 소식을 전한 뒤 돌연 “또 국내 3대 폭력조직에 포함되는 범서방파 조직원들이 검거됐습니다”라는 소식도 전했다. 위조지폐 일당 검거 소식도 전했다.

단신 묶음 보도도 아니고, 한 리포트 안에 두 가지 소식을 혼재하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 일부의 폭행 관련 소식을 짧게 전하면서 곧바로 범서방파 검거 소식을 길게 함으로서 자칫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범서방파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를 동일시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며 “매우 악의적이고 언론권력을 이용해 사실상 유가족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수준의 보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BS 측은 이에 대해 “주말 사건사고를 종합한 소식”이라며 “KBS에서 종종 주말뉴스에 사건사고를 종합해 보도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단신으로 처리할 사건의 중요도 순으로 나열된 것이지 의도적으로 두 가지 소식만 함께 보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9월 21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또한 세월호 광화문 농성장 불법 보도를 제외하고 유가족들의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MBC는 사건이 발생한 17일부터 22일까지, 21일을 제외하고 4일 간 일부 유가족들의 폭행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폭행사건 치고는 보도의 양이 많다. 이에 반해 MBC는 가족대책위의 새 집행부 구성 소식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보수신문들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 사건과 세월호 특별법을 엮어 정당성을 훼손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은 22일 칼럼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진상 규명이라는 ‘초심’에서 벗어나 수사권·기소권과 ‘대통령의 7시간’을 놓고 정치적 투쟁의 도구로 변질된 데는 김 의원 같은 세력이 강경파 유족들을 떠받들며 좌파 매체-단체들과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 새삼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철호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도 자신의 칼럼에서 “세월호는 야당과 손잡고 정치화되면서 우리 사회와 멀어지기 시작했다”며 “선장·선원·청해진해운 대신 대통령과 정부 책임에만 집중한 것도 자충수”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유족들의 ‘진상규명’요구를 ‘정치투쟁’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 실장은 “폭력 사건이기 때문에 한 번 정도 뉴스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지만 이 사건과 세월호 특별법의 정당성을 연결시킬 수는 없다”며 “최근 언론이 일개 폭력사건에 대해 과도하게 다루고 있는 점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유족들이 주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분리하려는 의도를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최근의 언론보도는 참사 초기 ‘기레기’라고 비판받았던 행태를 또 반복하고 있다”며 “왜곡과 과장을 통해 사회적 흐름 바꾸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특별법의 본질은 참사의 책임을 가리고 진상규명을 하는 것으로 폭력사건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부차적인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서 유가족들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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