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군부대 무료상영 소식이 알려지자 배설 장군의 후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제작진을 경찰에 고소하는가하면 장병대상 무료상영 예정인 국방부에도 상영금지 요청 민원을 냈다.

국방부는 군부대100여 곳을 대상으로 영화 '명량'을 무료 상영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배설 장군 후손들인 경주 배씨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국방부에 민원을 넣어 <명량>의 무료상영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경주 배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명량> 속 배설장군이 “사실과 다르게 묘사됐다”고 <명량> 제작사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배윤호 경주 배씨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명량> 제작진은 개봉 때는 고증이 철저하다고 홍보해놓고선 우리가 문제제기하니 영화로 봐달라고 한다”고 <명량>의 제작사인 빅스톤픽쳐스를 비판했다. 또, 배윤호 대변인은 “영화 때문에 피해자가 생겼는데 어떻게 군부대 무료 상영까지 추진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사자명예훼손인지 묻자 배윤호 대변인은 “배설 장군은 명량해전을 준비하는 시점에도 군영에 없었다”며 “영화에 나오는 배설 장군이 구선(거북선)을 불태우고 탈영을 하는 내용은 모두 허구”라고 밝혔다.

   
▲ 영화 <명량> 속 배설
 

그러나 배설의 탈영과 향후 참수과정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학설과는 다른 주장을 폈다. 배설 장군의 탈영이 사실아니냐는 질의에 배윤호 대변인은 배 장군이 병가를 내고 고향에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대변인은 배설 장군이 원래 지병을 앓았다며 “조선왕조실록 선조 28년(1595년) 기록에 따르면 배설 장군은 명량해전 2년 전부터 수질을 앓고 있었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록엔 1597년 명량해전을 전후로 배설이 고향에 내려갔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전쟁이 끝난 이후 도원수 권율에 붙잡혀 참수당했다는 기록에 대해서도 배 대변인은 “후일 탈영으로 몰려 참수당한 것은 당파싸움 탓”이라고까지 주장했다. 

   
▲ 영화 <명량>의 포스터
 

<명량> 속 왜곡을 떠나 배설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좋지 않다고 하자 “배설 장군의 임진왜란 당시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칠천량해전 때 배설 장군은 도망간 것이 아니라 퇴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일 (당시 원균의 함대가 모두) 도망갔다면 전선(판옥선)이 모두 건재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배윤호 대변인은 “그간 학계에서 배설 장군이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배설 장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명량> 제작사에 대한 명확한 요구사항을 묻자 배윤호 대변인은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했다.

경주 배씨 비상대책위원회는 제작사에 공식적인 항의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윤호 대변인은 “20일 전화항의를 하려 했으나 제작사의 반응을 보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빅스톤픽쳐스의 법무 대변인 김경환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후손들의 소송 및 사과 요구에 대해 “공식입장은 이번 주나 다음 주 내에 있을 것”이라 밝히면서도 “배설장군 후손들이 우리에게 명확한 요구사항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량> 홍보 당시 고증이 잘된 작품임을 강조했다는 사실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아직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개인적 견해에 따르면 사극은 사실과 허구가 섞인 드라마”라며 “고증에 충실했다고 하는 말은 당시 판옥선과 왜선의 형태 등을 사료에 맞게 반영한 것을 뜻하지 모든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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