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드러나지 않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 신문의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에 대해 한국 검찰이 출국금지 및 수사에 들어간 데 이어, 이 기사를 번역한 ‘뉴스프로’ 기자까지 명예훼손 혐의로 19일 가택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프로는 이날 기사 <박근혜, 뉴스프로에 칼 빼들다>에서 검찰이 가토 지국장의 기사를 번역한 민성철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사에서 번역기자로 활동 중인 전모씨의 IP를 알아내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민씨가 단순히 번역한 내용이 아니라 여기에 덧붙인 논평 형식의 기사에 명예훼손 혐의가 짙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뉴스프로 운영진으로 미국에 거주중인 이하로 기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개탄할 일이지만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수사”라며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많이 번역해온 정상추 네트워크와 뉴스프로는 정권에 눈엣가시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기자는 “미국에서는 언론이 대통령을 모독했다고 해서 수사를 받는 경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면서 “이 정권이 방송과 신문을 통제하는 모습 자체가 정당성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전 기자 압수수색을 집행한 검찰에 대해 “검찰도 자괴감을 느낄 것”이라며 “이렇기 때문에 한국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성토했다.

박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에 대해 이 기자는 “300명이 넘는 국민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며 바닷속으로 수장되고 있던 시간이었다”며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 대통령이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정도가 아니라 시간당 분당 기록이 나와야 하고, 그 시간 대통령이 죽어가는 국민을 구하기 위해 어떤 지시를 내렸고 무엇을 했는지가 꼭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의혹을 받는 자신의 행적을 밝히지 못한다면) 미국이라면 청문회가 열리고,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하로 기자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가토 산케이 지국장의 기사를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 기사가 다소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가토 지국장의 기사는 모두 조선일보와 국회 속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물론 선정적이라는 부분에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당시 박대통령의 행적이었다. 국가원수의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3백여명이 살려달라고 울부짖을 때 과연 대통령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였는가는 국가기밀이 아니라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비록 선정적이기는 했지만 산케이의 기사가 역으로 대통령의 행적을 반드시 밝혀야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기사와 번역이 검찰 수사로 번질 만큼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기사를 생산한 것도 아니고 번역한 것이 수사대상이 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상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닌가.”

   
 
 

갑자기 압수수색 당한 전모 기자와 수사 대상인 민성철 기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기사를 번역한 민 기자는 아직 우리도 접촉하지 못했다. 전아무개 기자의 반응은 ‘과연 이것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사안인가’라는 것이다. 그냥 참고인 조사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산케이 보도를 번역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강행한 한국 검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탄할 일이지만 결국은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겠나. 더군다나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한 이후 신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본다. 검찰은 과연 이 건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만한 일이라고 보는가. 검찰도 자괴감을 느낄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한국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들이 번역기자까지 압수수색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문제는 번역이 아니라 정상추 네트워크와 뉴스프로 아니겠는가. 그동안 국내 언론이 다루지 않았지만 외신에서 보도되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정상추가 번역 및 보도해왔고 지난 3월 뉴스프로 창간 이후로는 이를 통해 알려왔다. 조선일보 등의 공격 등에서 알 수 있듯, 이 정권에게 정상추나 뉴스프로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관련기사 <조선일보·새누리 눈에 가시된 '정상추', 마녀사냥 당하나?>) 우리는 프랑스 방문시 박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인 만찬에서 민간부분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발언을 전한 르몽드 기사를 시작으로 해 이 정권에게 상당히 곤혹스러운 기사들을 많이 번역해왔다. 이번 건은 뉴스프로에 대한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뉴스프로의 논평 <산케이, 朴 사라진 7시간, 사생활 상대는 정윤회?>도 문제 삼고 있다.
“검찰이 논평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를 확대 적용한 것은 번역자인 민성철씨에 대한 기소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번역자를 조사한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해 뉴스프로의 반발과 국내외 외신들의 비판적인 보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여자관계는 당시 외신의 단골 메뉴였던 것으로 분명한 사실이며 대통령에 관한 소문이 국가의 품격을 떨어트린 것도 사실인 것이 분명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검찰이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정확하게 어디에서 무엇을 하였으며, 어떤 지시를 내리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문제의 본질은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로 인해 발생한 소문을 다룬 언론을 조사하고 압박하는 것이 분명한 언론탄압이라는 비판도 국내외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 수상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48)이 지난 18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사진 = 연합뉴스)
 

가토 지국장이 수사받고 있는 상황은 합당하다고 보나. 
“산케이신문이든 아니든 언론이 보도 내용으로 수사를 받는다는 건 옳지 않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기본이다. 그것이 비록 외신이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은 산케이신문 조사와 출국금지로 전 세계 언론계에 자신들이 언론탄압 정권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언론에 대한 언론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믿고 있는데 오히려 국제 사회에 이를 확인시켜줄 꼴이다.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미국에서도 언론이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나. 
“미국에서는 언론이 대통령을 모독했다고 해서 수사를 받는 경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런 일은 18세기에나 일어났던 일로 소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을 ‘선동법’이라는 것으로 처벌했다. 예를 들어 버몬트 주의 신문 발행자였던 매튜 라이언스가 존 애덤스 대통령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허위의식과 바보 같은 아첨, 이기적인 욕심에 대한 끝이 없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라이언스는 1000달러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징역 4개월 만에 벌금을 모금해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선동죄는 1801년에 폐지됐다. 미국은 수정헌법 2조를 통해 언론 자유를 무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비판세력(비판적인 언론)의 놀림감이 되는 일이 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든 이를 두고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고 이를 걸러 소화해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
 

미국과 한국 정부의 언론자유에 대한 인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미국 사회는 설리반 사건이나 그 외 많은 판례가 보여주듯 꾸준히 언론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법적인 칼을 빼든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그만큼 언론의 자유는 곧 표현의 자유와 직결돼 있으며 민주주의의 기본이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려 든다. 언론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정권은 그만큼 정당성과 정권 유지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떳떳하다면 왜 언론을 통제하려 들겠는가. 이 정권이 방송과 신문을 통제하는 모습 자체가 정당성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있다면.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일어나는 모든 일은 국민의 알권리 영역에 해당된다. 공적인 업무 시간에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가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 7시간은 다른 시간도 아닌 300명이 넘는 국민들이 살라달라고 아우성치며 바닷속으로 수장되고 있던 시간이었다.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 대통령이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정도가 아니라 시간당 분당 기록이 나와야 하고, 그 시간 대통령이 죽어가는 국민을 구하기 위해 어떤 지시를 내렸고 무엇을 했는지가 꼭 밝혀져야 한다.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대통령이 의혹을 받는 자신의 행적을 밝히지 못한다면) 미국이라면 청문회가 열리고, 탄핵감이다.”

세월호 참사 정국 한국 언론들은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기레기’라는 말을 듣고 언론에 20년 넘게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느꼈다. 언론의 자유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자본에 예속된 언론이 사악한 권력과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는 한국 언론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한국의 언론들이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권력이, 국민이 언론의 자유를 언론인들에게 가져다주지 않는다. 국민이 알권리를 위해 스스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되찾았을 때, 자신들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권력의 개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언론들은 국민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할 것이다. ‘기레기’라는 비판은 언론이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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