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직후 현장에 가장먼저 도착한 해군 고속정 참수리호 3척 중 2척이 침몰해가는 함수를 그냥 지나쳐 간 모습이 TOD(열상감시장치) 동영상에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함 생존장병 58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57명은 해군 고속정이 아닌 해경 501함과 어업지도선에 의해 구조되는 등 현장에 가장 빨리 온 고속정은 실질적인 구조를 하지 못했다. 당시 군은 파도가 높기 때문에 고속정을 통한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고속정 3척 중 2척은 천안함 함수 부근에 도착해놓고도 왜 그냥 함수를 지나쳤는지에 있다.

19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천안함 사고직후 TOD 동영상(21시59분까지의 영상)을 보면, TOD시각으로 2010년 3월 26일 21시56분3초에 함수가 떠있는 왼편으로 고속정 1척이 등장한다. 이 고속정은 ‘천안함 백서’에 따르면 고속정 제235편대의 ‘참수리 322’로 보인다. 이 참수리호가 천안함 함수 40~50m 지점까지 근접한 상태에서 정지했다. 뒤이어 또다른 고속정 참수리호 한 척이 등장해 TOD 시각으로 21시56분28초부터 영상에 잡힌다. 그러다 이 두 번째 참수리호는 함수 옆을 그냥 지나쳐 21시57분12초에 TOD 화면에서 사라진다.

세 번째 고속정 참수리호는 21시57분18초에 화면 왼쪽에서 등장했다가 마찬가지로 함수 옆을 지나쳐 21시58분8초에 TOD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함수 왼편(화면상) 근접거리에 있던 참수리 322호로 추정 첫 번째 고속정은 21시57분44초쯤부터 우측으로 90도로 방향을 돌렸다가 세 번째 참수리호가 사라지자 함수 뒤쪽(화면상)으로 돌아들어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러다 21시59분까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상태에서 영상이 종료됐다.

국방부가 펴낸 천안함 백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제2함대사령부의 출동 지시를 받은 고속정 제235편대(참수리-322, 339, 359)와 제233편대(참수리-323, 352)는 즉시 출항해 21시58분과 22:10에 각각 현장에 도착했다”며 “참수리-322정에서는 천안함 함수 부분을 3인치 홋줄로 묶었으며 천안함 작전관이 22:20 고속정의 인명구조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참수리-322정으로 뛰어넘던 중 바다로 추락해 참수리-322정에 의해 구조됐다”고 기술했다.

 

천안함 백서는 “이에 고속정에 의한 인명구조가 제한된다고 판단하여 해양경찰로 하여금 인명구조를 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참수리 322과 함께 가장 먼저 투입된 참수리 339와 359의 활동 내역은 기재돼 있지 않다. 

이를 두고 천안함 민군합조단 민간위원 출신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1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을 구조하러 온 고속정이라고 보기에는 함수를 두고 그냥 지나친 것이 좀 이상하다”며 “더구나 속도도 줄이지 않고 지나간 것이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뭔가  다른 일을 하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해석했다.

신 대표의 변호인인 이강훈 변호사는 이날 “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더 많은 정보가 없으면 저 장면 만으로는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해군2함대사령부 정훈공보실장을 했던 김태호 국방부 대변인실 총괄장교(중령)는 화면에 나오지 않았을 뿐 역할 분담을 통해 정상적인 구조임무를 벌였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고직후 출동한 해군 고속정 한 척이 함수를 지나치는 모습. 사진=TOD 동영상 캡처
 

김태호 중령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아무리 참수리호라 해도 500톤이 넘는 큰 선박이며 흘수가 깊은 군함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침수중인 함수에 가까이 갔다가는 되레 부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애초부터 군함 자체가 구조를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3척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너울이 생기는 등 구조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중령은 “침수위험을 고려해 다른 형태의 지원을 위해 배 근처에 가는 경우도 있고, 먼거리에서 유실돼 나오는 사람을 구하는 등의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며 “구조작전의 위치를 배정받기 위해 멀리 떨어진 것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상의 점’ 또는 다른 임무수행 가능성에 대해 김 중령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내가 (의혹을 제기한 신상철 대표 등을) 고발한 당사자로서 당시 구조자들의 모든 임무와 모든 배의 상태를 다 확인했다. 제2의 구조목표를 세워놓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방부가 펴낸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서의 함수 구조도. 사진=천안함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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