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가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진기자의 4년 전 사진을 문제 삼아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고 대기발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일보 기자협회는 17일 성명을 내 “대전일보 기획조정실이 사진부 장길문 회원을 뒷조사하고 경위서 제출을 종용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기획조정실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기사는 지난 2010년 8월 31일에 지면에 실린 장길문 사진기자의 소쩍새 사진이다. 2010년 8월 31일 대전일보 1면과 6면에는 각각 대전 보문산의 소쩍새 사진이 실려 있다. 사측은 이 사진 중 6면에 살린 소쩍새 사진이 장길문 기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정당한 정보수집’의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 이유.

해당 기자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장 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관할 지역 공무원에게 제보를 받고 사진을 찍었는데, 장소가 협소하고 새의 특성상 여러 명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서로 합의하에 사진을 공유하기로 하고 ‘풀’을 구성했다.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상호합의에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2010년 8월 31일 대전일보 1면
 

장 기자는 또한 “지면에 기사가 실릴 때 편집국장과 편집자에게 상황을 이야기했고 문제되지 않았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편집국도 아닌 사측 기획조정실이 기사를 이유로 경위서를 요구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대전일보 기자들은 사측의 이러한 요구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장길문 기자는 전국언론노조 대전일보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4월부터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했다. 임단협이 잘 진행되지 않자 대전일보지부는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에 교섭권을 넘기기로 했고, 9월 11일 총회를 통해 이를 결정했다. 9월 24일 언론노조와 대전일보는 교섭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부장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 4년 전 사진을 들고 나왔다는 것.

또한 기자들은 이 과정에서 사측 기획조정실이 다른 기자들과 지역 관계자들을 통해 장 기자의 평판 등에 대해 ‘뒷조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본인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는 제보가 와서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전일보 관계자는 “장길문 기자가 멸종 위기종에 대한 취재를 많이 했고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본인이 찍은 게 아니라는 제보를 받았고 이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은 ‘풀’된 사진을 받았다고 하는데 ‘풀’은 기자끼리 해야지 공무원 사진을 받는 것은 ‘풀’된 사진이라 볼 수 없다”며 “노사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4년 전 편집국 차원에서 논의됐던 사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 2010년 8월 31일자 대전일보 6면
 

이 같은 소식은 기자협회보 기사를 통해 소개됐다. 이후 장 기자는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 장 기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 오전 회사에서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 기자협회보에 실린 기사가 그 이유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노조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19일 성명을 내 “부당한 대기발령 통보는 부당 노동행위”라며 “대전일보는 장길문 지부장에 대한 대기발령을 철회하고, 경위서 제출 및 지부장 뒷조사 실시 경위를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사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일보는 대기발령은 노조탄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일보 관계자는 “본인의 혐의가 밝혀질 때까지 일단 총무부에 대기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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