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행사 추점 결과를 조작해 고급승용차를 빼돌리는 것도 모자라 경품 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홈플러스가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동원해 경품 응모권 접수를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홈플러스 보험서비스팀 직원 두 명은 경품 행사 추첨 결과를 조작해 외제 승용차를 빼돌린 게 드러났다. 당시 홈플러스는 고급승용차와 인테리어 지원금, 등산복 등 1억 5천 만원 상당의 경품을 내걸었다. 

홈플러스는 경품 응모를 하기 위해 고객들이 건네준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한 혐의까지 받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또 경품 행사를 진행하면서 직원들에게까지 응모 접수 목표량을 할당해 관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직원들은 불법적인 일에 동원한 것이라며 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위원장 김기완)이 접수 받은 직원들의 제보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경품응모권 뒷장에 직원들의 사번을 찍게 하는 방식으로 경품 응모 접수 목표량을 할당해왔다. 경품 응모 접수를 늘리기 위해 한장 당 100원씩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걸고 개인별로 300장을 할당해 고객들이 경품 응모를 접수하도록 관리자들이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동조합에 제보한 직원 김 아무개(36·여)씨는 "그저 경품 행사를 크게 하려는 것으로만 알았지 이런 행사인 줄 몰랐다"며 "일선 직원들은 목표 할당에 관리자들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고객들에게 응모권을 권했는데 회사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업무 지시용 SNS 채팅창에는 "개인별 기본 300장은 하셔야 된다. 개인별 기본 목표 채울 수 있도록 기록 체크하겠다"며 경품 응모 접수 할당량을 강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의 지시에 따라 불법적인 일에 동원되고 고객들을 속이는 파렴치한 짓을 벌인 셈이다. 

홈플러스는 경품 응모에 적힌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보험사에 100억원대 돈을 받고 판 혐의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경품 응모권에 보험사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보험사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의미일 뿐 조직적으로 ‘개인정보 장사’를 한 범죄라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경품응모권 행사를 회사 측의 설명에 따라 고객서비스 차원의 일로 인지하고 열성적으로 임했다"며 "하지만 최근 수사 과정을 통해 경품 행사가 고객 개인정보를 거래하기 위한 행사라고 밝혀지고 있고, 홈플러스가 고객 개인정보 거래를 통해 수십억의 이익을 챙겨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 실체를 알게 된 노동자들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라고 밝혔다.

   
▲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공개한 사측의 상품 응모권 실적 올리기 본사 지침
 
   
▲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상품 응모 목표 달성을 강요한 증거자료라고 공개한 업무지시용 SNS그룹 채팅창
 

노동조합은 "수사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라면 홈플러스는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 판매하는 부도덕한 행위에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이 된다"며 "올바르지 못한 경영방식에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안현정 부산지역본부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동조합)지부가 없는 점포에서는 고객에게 영수증을 주면서 꼭 사번을 찍은 상품 응모권을 줘야 한다고 하고, 할당량을 채워서 점포별로 시상식까지 했다"며 "상품 응모권을 받은 손님들 중에서는 개인정보 제공을 한지 모르고 넣었다가 꺼내달라는 손님도 있었는데 회사에서 이렇게 이용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관련 뉴스를 보고 고객센터로 전화해 항의하거나, 점포를 자주 찾는 손님들이 상품 응모 당첨이 한번도 된 적이 없다며 항의한다.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죄인이 돼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직원이 서울시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5890원)에 못 미치는 평균 시급 5500원을 받고 있지만, 사측에서는 시급 200원 인상안을 고집하고 있다며 지난 8월과 추석 연휴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안 본부장은 "자기들끼리는 이렇게 수백억씩 뒷돈을 챙기면서 노동자들의 임금 교섭에서는 몇십억원을 올릴 수 없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파업하는 것도 마음이 아파서 매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직원도 있었는데 손님에게 사기치도록 하고 직원을 이용해 먹은 것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국현 노동조합 선전국장은 "주변에서 임금 투쟁 중에 고객들 정보만 팔아먹은 나쁜 기업이라고 표현하신 분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이 경품 응모권으로 수집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 것을 결정하는데 참여한 것으로 보고 출국금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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