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가 급변침 하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러다 좌초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그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세월호 끝났다"라고 선언하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데서 시작했다. 그러자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기다렸다는듯이 9월 16일 이른바 ‘교원 복무관리 및 계기교육 운영관리 철저 요망’이라는 공문을 보내 교사들이 각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세월호 관련 공동수업, 1일 단식, 학교 앞 1인 시위, 리본 달기 등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금지를 통보했다. 표면적으로나마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던 입장에서 급변침 한 것이다.

그러자 여당인 새누리당의 중진인 이재오 의원조차 이를 시대착오적인 조치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재오 의원은 “지금이 어느 시대이고 대한민국 정부가 어디로 가는 것이기에 교육부 장관이 세월호 리본을 달지 말라고 공문을 보내느냐”고 지적했다. 심지어 “리본을 단다고 하는 것은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단원고 학생과 제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달 것인데 그것을 공문으로 보내 세월호 리본을 달지 말라는 이 정부가 정신이 있는 것이냐”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이재오 “세월호 리본 달지 말라는 황우여 제정신인가” ). 교사와 학생들은 노란리본 대신 검은 리본을 달며 교육부장관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당 중진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학생들에게 웃음거리가 된 교육부는 다시 급변침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몸에 부착하는 노란 리본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건물이나 나무에 부착하는 노란 리본을 금지한 것"이라며 치졸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배를 침몰시킨 뒤 재판에 나와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세월호의 선장, 선원들과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다. 분노가 아니라 차라리 웃음을 자아낼 지경이다. 

   
▲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교육부가 이런 급변침 공문을 보낼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하는 용어가 있으니 "정치적 활동 금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준수" 따위다. 교육부 장관은 이것을 정치적 이슈와 관련되거나 정치적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수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한 모양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자가 아니라 정치권의 의무이며 교육자에게는 오히려 보장되는 권리 사항이다. 이 규정은 교육에서 현실 정치와 관련된 이슈는 오해의 소지만 있어도 일체 다루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고, 교육은 교육자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그 방향과 내용이 결정되어야지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교육전문가가 결정해야 하며, 그것에 대한 반박이나 비판은 교육의 논리로서 이루어져야지 정치의 논리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노란 리본 부착이나 세월호 계기 수업에 대해 자제 요청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일종의 문제제기나 토론요청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오히려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교사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업이나 활동을 강제적으로 중단시키려고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치권의 눈치, 그것도 권력을 잡고 있는 쪽의 눈치를 본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다. 게다가 여당 중진의원의 질타 한 마디에 즉시 지침을 번복하고 비겁한 변명을 하며 조삼모사를 일삼는 모습은 교육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매우 심하게 보고 있음을 확증시켜 주고 있다.

최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다시 인용되었다.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까지 넘어갔기 때문에 전교조의 법외노조 여부는 단기간에 결정 나지 않을 상황이다. 교육부의 모양만 또 우습게 되었다. 교육부는 1심 판결이 나기가 무섭게 전교조 전임자들에게 한 달 이내에 복귀하라고 지시하고 불응한 교사들에게 직권 면직을 강행했다. 만약 교육적 배려가 조금만 있었다면 아직 최종심 판결이 남았고, 또 전임자 대신 해당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가 혼선 없이 학년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하니 내년 3월1일자 복귀 시한을 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무리하게 서두르다 모양만 우습게 되었다.

노란 리본 코미디에 이어 또다시 교육부가 이렇게 모양이 우습게 된 까닭도 결국은 교육이 아니라 정치권 눈치를 보며 급변침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전교조를 혐오하는 대통령에게 얼마나 전교조에게 적대적인가를 서둘러 보여주려는 욕심, 세월호를 털고 가려는 대통령에게 얼마나 빨리 세월호를 털어냈는지 서둘러 보여주려는 욕심이 지금 교육부가 당하고 있는 망신의 원인이다. 교육부는 하루라도 빨리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주적이고 전문적인 ‘교육’부의 모습을 찾기 바라며,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자신이 교육전문가가 아니라는 냉엄한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매사에 배우는 자세로 신중하게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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