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5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이하 ‘혁신특위’) 위원장에 위촉했다. 세월호 참사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분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지 않았다면, 언론이 대서특필했을 ‘사건’이다. 이것은 김무성의 ‘1석 3조’의 포석으로 보인다.

첫째(포석), 김문수는 여권에서 가장 본선 경쟁력이 높은 2017년 대선 후보자라고 보면 된다.
민중당 활동과 노동운동을 한 그가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되면 보수여권과 족벌언론으로부터 ‘좌파’라고 난타당할 것이지만 그는 여권 후보다. 2017년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새누리당 경선에서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인물은 김무성 대표 외에는 없어 보인다. 강력한 다크호스(dark horse)가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이 3천명이 넘는다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국무총리 낙마 후보자)다.

김무성이 손을 들어주는 후보가 201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김무성은 김문수와 김태호를 놓고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 김문수를 내세우면 본선 승리는 거의 확실한 반면,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을 것이다. 노태우가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내는 것도 봤고, 김영삼이 노태우/전두환을 감옥에 보내는 것도 옆에서 지켜 본 김무성이다.

반면, 김태호는 본선 경쟁력은 김문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40대 중반에다 친화력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을 것이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싫어하는 김문수 발탁 의도, ‘김무성 당’ 과시?  

둘째(포석), 김무성은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가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지관계’라고 발언하여 박근혜 대통령한테 한 방 먹였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자, 한층 자신감을 갖고 두 번째 ‘펀치’를 날린 것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를 통틀어 가장 증오하는 두 명의 정치인이 이재오와 김문수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 시절에 이재오와 김문수가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레이저’를 쏜다는 얘기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김무성이 그런 김문수를 혁신특위 위원장으로 직접 위촉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한 방 먹인’ 셈이 된다. 문제는 박근혜가 김무성에게 반격할 겨를이 없다는데 있다. 이미 김무성은 관훈토론회에서 박근혜와 자신은 상하관계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한 바 있다. 집권당의 총재나 대표를 지내다 대통령이 된 사람과 상하관계가 아니라고 얘기한 집권당의 대표는 김무성이 처음이다. 김무성이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수행과정에서 한계를 일찍 드러냄으로써 김무성은 명실상부하게 ‘새누리당-김무성 당’이라는 사실을 확고히 하고 당 장악력을 가속화하겠다는 승부수의 하나로 ‘상하관계가 아닌 동지관계’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무성 입장에서는 자신이 대선총괄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이상 범보수세력을 의식해서 ‘공식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적극 돕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무성, 자신의 주도로 2017년 대선 승리하겠다는 선언

셋째(포석), 김무성 입장에서 자신이 누구보다 자신의 약점과 본선 경쟁력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에 현재의 조건에서는 킹(King: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없고, king-maker가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관훈클럽 토론회에 초대손님으로 나와 자신의 이름을 “대권 주자 명단에서 빼달라”고까지 했다. 단순한 제스처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김무성이 김문수에 기회를 줘서 성과를 내면 2017년에 가서 밀어주면 되는 것이고, 만에 하나 김문수가 악수를 두거나 자충수를 둬서 탈락하면,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이 될 테니까, 양 손에 떡을 쥔 형국이다.

김 무성은 당내 강력한 대선 경쟁자로 인식되는 김문수를 혁신특위 위원장에 내정하여 자신의 ‘통 큰 모습’도 보여주고, 2선에서 자신의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치변화’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이 머리에 든 컨텐츠는 부족해도, 좁은 의미의 ‘정치’ 머리는 김영삼한테 배운 게 있어서 무시해선 안된다.

김무성이 혁신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내정한 것은 사실상 자신의 주도로 2017년 재집권 프로젝트를 발주한 것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제1야당은 지리멸렬해 있고, 작은 변화의 ‘시늉’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무성의 새누리당은 ‘혁신’이라는 또 하나의 대선 승리 키워드를 국민 앞에 미리 선보이며 2017년 재집권 프로젝트의 닻을 올린 셈이다. 김무성 입장에서는 2017년 대선을 자신의 주도로 치러 재집권에 성공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2017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길 확률이 90%이상이다.   

가엾은 야당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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