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서 열린 '산업단지 출범 50주년 기념식' 행사장 안과 밖은 엇갈린 풍경을 연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 안에서는 정재계 관계자들의 ‘자화자찬’이 이어졌고 비슷한 시간 행사장 바깥에서는 “50년 전에는 공순이 인생, 50년 후에는 비정규직 인생”이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1964년 구로공단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시선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산업단지 출범 50주년 기념식에서 “산업단지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사”라며 “각고의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여러분들이 저는 자랑스럽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반대로 비슷한 시간, 행사장 바깥에서는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선배’ 노동자들과 현재 공단에서 일하는 ‘후배’ 노동자들이 “저들이 기념하는 공단 50년이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피눈물의 시간이었다”며 “박정희 정권 시절 구로공단 공돌이 공순이는 박근혜 정권 시절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비정규직을 바뀐 것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구로공단 50년, 구로노동자 50인 선언'이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산업단지 앞에서 열렸다. 사진=이하늬 기자
 
   
▲ '구로공단 50년, 구로노동자 50인 선언'이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산업단지 앞에서 열렸다. 사진=이하늬 기자
 

구로공단 대우어패럴에서 일했던 강명자씨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의 여건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현실”이라며 “30년 만에 마이크를 잡지만 가슴에 한이 맺힌다”며 말을 잇지 못 했다. 실제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산업단지에는 1만여 개 업체에 14만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한 업체당 13명꼴이다. 대공장들이 쪼개지고 외주화 됐기 때문이다. 

자연히 노조 조직률도 떨어졌다. 한때 25%가 넘었던 노조 조직률은 현재 2%이하 수준이다. 이는 노동환경 악화를 고착화 시키고 있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14만 노동자들은 전국 평균보다 3시간 더 일하지만 22만원 더 적게 받는다. 문기주 쌍용차 정비지회장은 “피땀 흘려 일해도 죽지 않을 정도의 임금, 그 속에서 고통받는 청춘들, 이게 산업화이 본 모습”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산업단지의 업체들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회사 자체의 기술 등을 개발하기 보다는 대기업에 종속돼 있다는 것이다. 2002년부터 7년간 성호전자에서 근무했던 정찬무씨는 “대기업은 자기들이 만들어야 할 생산품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일했던 성호전자는 이날 기념식에서 41년간 공장부지를 팔지 않고 회사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상을 받았다. 

‘구로공단 50년, 구로노동자 50인 선언자’에 이름을 올린 노동자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박근혜 정권은 구로공단을 창조경제의 거점이라고 말하지만 지금 구로공단은 파괴경제의 거점”이라며 “그런 구로공단 50주년을 기념하기 축하하기 위해 대통령이 온다는 건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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