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발언에 대해 언론들은 ‘선긋기’ ‘걷어찼다’는 표현을 썼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언론들은 야당 내 내홍을 틈타 정국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보수언론으로부터도 후한 점수를 받진 못했다. 동아일보 사설 제목이 <박 대통령의 ‘특별법 작심발언’ 꼭 그런 식으로 해야 했나>였다. 조선일보 사설 제목도 <대통령 ‘세월호’ 발언, 政局(정국) 푸는 데 도움 되겠나>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전수 조사 결과에 따라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처만 남은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17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박 대통령·여당, '세월호 끝났다' 선언>
국민일보 <“세월호법, 대통령 결단 사안 아니다”>
서울신문 <靑, 수사·기소권 거부…세월호법 정면돌파>
세계일보 <한국형전투기 사업 KAL·KAI 2파전>
조선일보 <“조사委 수사·기소권 주면 法治 붕괴”>
중앙일보 <연기 나는 금연영토…혼돈의 강남대로>
한겨레 <침묵 깨고 강공…박대통령 '세월호법' 걷어찼다>
한국일보 <당청, 野 내홍 틈타 정국 돌파 기습강공>

박근혜 “수사권·기소권 보장, 할 수 없는 일”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결단을 하라고 한다”면서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17일자 1면 머리기사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의 세월호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이런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며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을 둘러싼 루머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한 자리에서도 “그것(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 부여)은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통령 본심 드러냈다”

   
▲ 한겨레 17일자 3면 기사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내놓은 발언의 핵심은 ‘세월호 특별법 타협 불가’와 향후 국정 방향을 자신의 뜻대로 관철시키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 <박 대통령, 사실상 여당에  ‘지침’ 강경 드라이브로 정국 주도권잡기>에서 이와 같은 강경 발언이 나온 배경을 짚었다. 

이 신문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장기간 진통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돼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이 쌓여 있는 국회로서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최근 이어지는 박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행보와 다음주 예정돼 있는 유엔 총회 다자외교 등을 통해 하반기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정무적 계산도 작용한 듯하다”고 전했다. 

또한 “당 내분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야당이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발언이 여당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겨레는 “이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은 향후 이어질 하반기 정국에서 청와대가 여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를 확실히 ‘단속’하고 가겠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이번 발언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경향은 3면 기사 <오전 ‘작심 발언’ 오후 ‘여 지도부 호출’…국회의장도 ‘동조’>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들 면담 요구에 한 달 가까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것을 접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단독국회 압박을 버티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본회의 등 국회일정을 직권 결정하자 “박 대통령 발언을 신호탄으로 여권이 ‘세월호 정국’ 탈출을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불과 반나절 만에 이뤄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이번 발언 배경에 대해 “우선 세월호 가족들 요구를 반영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도부 진공상태에 빠지는 등 지리멸렬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 경향신문 17일자 3면 기사
 

“ 도움될 지, 악재될 지 지켜봐야”

보수언론들의 평가도 썩 좋진 않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 <'세월호法' 침묵 깬 朴대통령, 民生카드로 국회 압박>에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이 오히려 야권의 결집을 촉발, 결과적으로 '민생 법안'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마치 야당을 고사시키려는 기세인데 타협의 여지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사설에서 좀 더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하필 이 시기에 대통령이 나서 야당과 유가족 주장을 일축하고 여당에는 협상 한계선(線)까지 그어준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은 이날 발언이 정국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악재(惡材)가 될지 좀 더 고민해봤어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17일자 사설
 

또한 박 대통령의 세비반납 발언에 대해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를 존중하고 예우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의무이자 예의”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에 대해서도 “이렇게 자신을 방어하면서도 야당이 제기해 온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언급은 본보 사설에서 누차 강조했듯이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만일 대통령이 유족의 아픔에 절절히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진심을 담아 국민에게 호소하는 ‘광폭의 정치’를 보였다면 이번 결단에 더 많은 지지가 나왔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나서라’는 세월호 정국에서 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만을 고수하는 박정한 정치로 맞선 느낌”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야당이 ‘박영선 탈당 사태 등으로 혼란을 겪는 와중에 이런 입장이 나와 대통령이 지나치게 정치적 계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포용·소통형이 아니라 대결형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탈당’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다시 당무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새정치연합은 사퇴 절차와 추후 당 운영방안을 마련해 16일 밤 사흘째 칩거를 이어가던 박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등 ‘퇴로’를 열어줬다.

하지만 신문들은 이번 일이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 국민일보 17일자 4면 기사
 

국민일보는 박영선 원내대표에 대해 “지난 8월 초 비대위원장을 수락할 당시 ‘다들 독배를 마시라고 하니 마시고 죽겠다’며 결의를 다졌는데, 진짜로 독배를 마신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박 위원장은 두 차례에 걸친 세월호 특별법 협상 실패,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실패로 일종의 '삼진 아웃'이 됐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당의 소중한 자산이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는 옹호론과 "스스로 초래한 자충수"라는 비판론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 측은 계파 이기주의를 제기하고 있다.

   
▲ 경향신문 17일자 5면 기사
 

실제 계파주의는 야당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대표 탈당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벗어났지만, 이번 파문은 당과 박 위원장 모두에게 치유 불능의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파문의 시작과 끝 모두 고질적인 ‘계파정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5면 기사 <박영선 오늘 당무 복귀로 일단 봉합…대선 주자 삼킨 '계파 정치' 늪 여전>에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번 경우처럼 계파 간 이해관계 속에 매번 지도부가 흔들리면서 귀중한 당의 인적 자원만 상처를 입고 소모된다는 점”이라고 했다. 모든 책임을 대표 1인에게 묻고 리더십을 심판하는 방법도 극단적이라는 얘기다. 

경향은 또 “폐쇄적인 정당 문화도 필연적이다. 의사결정이 공식·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계파 의견이 더 중요하게 취급받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VS 최경환, 왜?

한국일보는 1면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정부의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제시한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여당 대표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한국일보 17일자 1면 기사
 

김 대표는 “기업들은 돈 벌 데가 없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 너무 커져서 투자를 안 하는 것이다. 불안하기 때문에 자꾸 벌어들이는 이익금을 쌓아 놓는 것”이라며 사내유보금 과세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 부총리는 “원론적인 지적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대표와 최 장관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일보는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일 한국노총 간담회에서도 “‘초이노믹스’식의 재정 확대 정책만 갖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11일에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재정확장 방침과 관련 국가채무비율 등 국가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김 대표가 비주류의 리더 격으로 인식되는 반면 최 부총리는 친박 주류의 핵심 실세라는 점에서 두 거물의 잇단 충돌은 차기 대권 경쟁 등의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세훈 항소 앞두고, 검찰 '공심위' 이례적 개최 

검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할까.

한겨레는 “검찰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공소심의위원회(공심위)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17일자 6면 기사
 

한겨레는 “대법원 상고도 아닌 2심 항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공심위를 소집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그동안 무죄가 날 경우 수사 또는 공소유지 검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부분 상소해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률심인 상고심을 포기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무죄를 받았는데 사실 인정 여부를 심리하는 마지막 단계인 항소심을 포기하는 건 매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만약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선거법 위반 혐의는 심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유죄 판단이 유지되더라도 1심보다 형량을 높일 수 없다”면서 “따라서 검찰의 항소 포기는 ‘원세훈 봐주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세월호 리본 달기 금지령 

교육부가 전국의 교원들한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리본을 달거나 점심 단식, 학교 앞 1인 시위, 공동수업 등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집중 실천주간’(15~19일)을 정해 권고한 활동과 겹쳐, 사실상 전교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가 1면 기사 <교육부 '세월호 리본달기' 금지령>에서 전했다. 

윤 일병 가해 병사들 살인죄 부인

군 검찰이 육군 28사단 윤승주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피고인 5명 중 4명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뒤 처음으로 열린 재판에서 주범인 이모(26) 병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고개를 빳빳하게 든 이 병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혐의를 부인하자 유족과 방청객들은 탄식했다. 세계일보가 8면 <가해 병사들 살인죄 부인…방청석선 탄식>에서 전했다. 

재난보도준칙 제정, 준수 선언

9개 일간지가 일제히 2면에 <[알립니다] '언론 공동 재난보도준칙' 제정·시행합니다>를 실었다. 

신문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취재보도 방식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 것에 대해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관련 보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재난보도준칙을 공동 제정해 9월 16일 선포하였으며, 본사도 여기에 동참해 준칙을 지킬 것을 선언합니다”라고 밝혔다. 

   
▲ 서울신문 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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