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적 ‘저격수’였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도 전에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했다. 

새정치연합은 16일 핵심당직자·원내대책 회의를 잇달아 열어 박 위원장 거취에 대한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박 위원장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비대위원장직은 당이 총의를 모아 추천하면 박영선 대표가 임명하고, 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구성한다’와 ‘원내대표직은 세월호특별법 해결에 마지막 수습 노력을 한 후 결과와 관계없이 사퇴한다’는 두 가지 방안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동의 여부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당내 의견 수렴은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박범계 원내대변인, 민홍철·김광진 부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의견 수렴을 해보니 1·2항에 대한 동의·부동의를 떠나 별개의 제3 의견도 있었다”며 “의견 수렴 결과를 가지고 박 위원장을 만나 탈당을 만류하고 거취 결정에 참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해 당 소속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모임을 열고 있다.
ⓒCBS노컷뉴스
 

박 위원장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 실패 후 사퇴 압력을 받고 16일까지 사흘째 칩거 중이다. 탈당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박 위원장은 17일께 공식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의원들 총의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의 탈당설까지 제기된 상황과 관련해 당내 계파의 이해 충돌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6일까지 사흘째 박 위원장·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한 긴급 의원 모임은 새정치연합의 당내 계파가 모두 결집해 있다. 박 위원장이 탈당 결심을 한 것도 자신을 지지했던 초재선 그룹의 ‘사퇴’ 촉구 때문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이 계파 갈등을 ‘대표 끌어 내리기’로 봉합한 고질적 병폐가 재발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역대 새정치연합 당 대표는 2003년 이후 1년에 3번의 당 대표가 바뀐 전례가 있을 만큼 ‘야당은 당수의 무덤’이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박 위원장이 ‘탈당하겠다’고 하면서 1차 원인을 제공했지만 이에 대한 당내 각 계파 움직임은 모욕주기에 가까웠다”며 “새정치연합은 비판 문화 대신 모욕주기, 이기는 게임이 아닌 남을 죽이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평론가는 “새누리당 계파는 최소주의를 추구해 ‘나와 하나만 같으면 같이 간다’는 결속력이 있지만 범야권은 ‘노선이 하나라도 다르면 적’이라는 최대주의에 빠져 있다”며 “새정치연합이 고질적 병폐인 최대주의를 버리지 않는 이상, 제2의 당대표 탈당은 또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당 지지도가 10%대를 기록했고, 이번 주가 지나면 1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내부의 원내대표 공격으로 국민의 신망을 잃는 동시에 구심도 없고 야당다운 모습도 없다는 점을 확인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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