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H에 다니는 캐디입니다. 오늘 11월 8일 실제 일어난 일입니다. 같이 일하는 친구가 일하는 도중 문자를 보냈습니다. (중략) 그 회원님 드라이버로 양쪽 가슴을 번갈아 찌르고 가랑이 사이에다가 넣었다 뺐다 반복하고. 세컨에서 바로 경기과에 전화해서 체인지 했습니다. 그때까지 그 회원님 뭘 잘못한지도 모르고 플레이 하셨습니다. 경기과 과장님 오시고 그때서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합니다. (2008년 11월 9일)

#2. C에 근무하는 스물한 살 여성입니다. 제가 2014년 8월 1일 금요일 성희롱을 당했는데 처벌이 가능할까요? (중략) 게스트 심모 씨가 불러내선 뜬금없이 “야 너는 남자친구랑 섹스할 때도 그렇게 목석처럼 무뚝뚝하게 있을 애야”라며 신음소리를 내면서 “오빠야~ 막 이렇게 해야 흥이 돋지” 이러는 겁니다. 난 그냥 학교가려고 학비 벌려고 왔을 뿐인데 내가 굳이 이런 취급당하고 있는 게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었습니다. (2014년 8월 2일)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정보교류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해당 카페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흔히 ‘캐디’라 불리는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은 경기자들이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서 클립을 운반하는 등 서비스는 물론이고 코스상태나 규칙에 대한 전문 지식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경기보조원 성추행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열악한 업무환경에 노출돼 있다. 31년간 골프장 캐디 일을 해 온 김경숙 전국여성노조 88컨트리클럽분회 전 분회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성희롱은 일상적이고 빈도는 낮지만 성추행도 꾸준히 일어난다”고 말했다. 

   
▲ 사진=노컷뉴스
 

김씨 역시 성희롱 피해자다. 그는 성희롱 직후 회사 관리자에 이야기 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회사는 ‘아유 그 나쁜 놈의 새끼, 네가 알아서 잘 피해라’ 이 정도로 말하더라고요. 참 힘든 거죠. 저도 처음에는 몇 번 이야기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제가 피하는 방법을 찾았어요. 울화통이 터지는 거죠. 정말 패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성희롱 뿐만 아니다. 경기보조원이 업무 중에 다치는 일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양대 노총과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이 주최한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 자료집에 따르면 이들은 타구 사고, 전동차 사고, 산재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실제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 6월 포천 M골프장에 근무하는 경기보조원 임아무개씨는 대기 중 옆 홀에서 날아온 공에 턱을 맞았다. 무방비 상태였던 그는 어금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나무에 가려져 공을 친 경기자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회사는 입사시 ‘산재적용제외신청서’에 사인을 했다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그는 자비로 신경치료와 보철치료를 받았다. 

실명에 이른 사례도 있다. 지난 2009년 대구 N골프장 경기보조원 강아무개씨는 고객이 친 공 때문에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고객이 경기보조원을 다치게 한 사고이므로 가해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고, 가해자는 돈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결국 강씨는 2년 6개월에 걸친 소송 끝에 승소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 회사가 책임을 떠넘기는 이유는 경기보조원이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임계약 또는 도급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위탁계약자로 분류돼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산재의 경우 경기보조원은 2008년부터 임의가입은 가능하나 사용자가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잦다.
 
김경숙 전 분회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이 안 되니 회사는 이런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라며 “그러니 손님들도 경기보조원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이 제정되면 손님들의 의식은 변화된다”며 “경기보조원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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