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정해 여야 협상을 가로 막았다는 비판과 함께 기소권과 수사권을 요구해왔던 유족들을 고립시키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약속을 지켜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절망하게 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관련 발언을 아껴왔던 박 대통령이 이번 발언을 통해 진상규명에 뜻이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는 게 세월호 국민대책위의 주장이다.

국민대책위는 박 대통령이 수사권-기소권 부여 방안에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고 비난하고,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을 언급하며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한 대목에 대해 "여당에게 사실상 마지노선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세력의 정치적 이용"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악의적으로 매도했다"면서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며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도리어 화를 내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국민대책위는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총체적 무능을 보여준 행정부와 권력기관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공인된 국민적 합의"라며 "법체계 운운발언은 독립적 수사와 기소를 거부하는 말장난일 뿐이다.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가 불가능하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참사의 책임이 있는 권력기관이 스스로를 수사하고 조사할 것이고, 결국 일선 관계자 몇몇에 대한 ‘꼬리자르기’로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오늘 대통령께서 세월호특별법과 특검 논의가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하셨는데, 대통령께서야말로 민심의 본질과 동떨어져 가고 있다고 본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
 

추 의원은 "판사출신인 제가 전문가로서의 소견을 공개서한을 통해 이미 말씀드렸듯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정질서와 법체계상 전혀 문제가 없다"며 "대통령께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잘못된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은 무책임하고 국민들의 통합과 미래를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오히려 청와대가 국민갈등을 부추기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나쁜 정치, 나쁜 청와대"라고 비판했다.

법조계도 박 대통령의 기소권-수사권 부여 불가 방안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사를 지낸 김경진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헌법학자와 형법학자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은 국회에 위임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인데, 대통령이 아주 잘못된 법령 해석 지식을 가지고 독단적 판단과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철저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아예 안 하는 것이 편한 방법이라는 말과 같다. 말의 앞 뒤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협상에 나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왜 그토록 강력하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반대했는지 오늘 박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명확해졌다"며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야당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쇄기를 박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의 성명 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9/16)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하여 사법체계 훼손을 운운하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40일 넘게 단식을 해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26일째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해도 대통령은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있었다. 국회의 파행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약속을 지켜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절망하게 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정면으로 거부한 대통령의 오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라면서도, 핵심 쟁점에 대해 입장을 밝히며 여당에게 사실상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진상조사위에 대한 수사-기소권 부여 문제를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거부했고, 유족에 의해 거부되어 무산된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을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며 강조했으며, “이미 많이 만났다”며 청와대 앞에서 거리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심지어 대통령은 “순수한 유가족의 마음”, “외부세력의 정치적 이용”을 운운하며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악의적으로 매도하고,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며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도리어 화를 내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하자는 것, 그에 걸맞는 제도적 뒷받침을 해달라는 게 그렇게 두려운 일인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총체적 무능을 보여준 행정부와 권력기관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공인된 국민적 합의다. 이러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유가족들과 국민들은 권력을 가진 기관을 수사하기 위해서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체계 운운발언은 독립적 수사와 기소를 거부하는 말장난일 뿐이다.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가 불가능하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참사의 책임이 있는 권력기관이 스스로를 수사하고 조사할 것이고, 결국 일선 관계자 몇몇에 대한 ‘꼬리자르기’로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이며, 자식과 가족을 잃고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는 유족들을 ‘순수하지 않은 집단’으로 매도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여당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회의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어려운 이유는 새누리당의 대통령을 지키려고 되지 않는 이유로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금 해야할 일은 국회를 비난하거나 국민을 분열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해 성역 없이 수사하고 조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말하고,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한달 여 노숙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2014년 9월 16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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