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증세’ 비판을 받고 있는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16일 국회에서 찬반 토론회를 열었다. 강기윤·윤영석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한 ‘담배세금 인상 찬반 토론회’는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강기윤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한 내빈은 대부분 비흡연자 같고, 흡연자는 정부 인상안에 항의하는 뜻으로 불참한 것 같다”고 하자, 객석에서 “흡연자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 의원이 이 참석자를 향해 “정부의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담배를 끊기 바란다”고 하자, 다른 참석자가 “에이”하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강 의원은 “정부는 담뱃값 인상안이 건강증진을 위한 금연 정책의 일환이라고 포장했지만, 담배 한 갑 당 2천원을 인상하면 세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의 ‘건강증진 일환’이라는 담뱃값 인상 근거는 앞뒤 논리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에서 “오래 살려면 담배 끊어야 한다”, “담뱃값의 급격한 인상은 부담이 된다”는 찬반 입장을 동시에 전하며 “여러분의 논의로 좋은 결론을 내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찬성 측 발표자로 나온 최병호 부산대 교수(경제학부)는 담배 가격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국민건강 증진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 국회 의원회관에 금연캠페인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김유리 기자
 

이번 정부안은 기존 담뱃값의 세금 부과 방식인 종량세 대신 종가세(가격별 차등 세율 적용) 방식을 도입하고 물가연동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세로 포함되는 개별소비세도 신설된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종가세 방식 도입은 세부담을 증가시키고 품질 하향조정, 가격인하 유인, 조세행정 복잡화 등 추가적인 문제를 초래한다”며 “현 종량세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05년 인상된 후 정체된 담뱃값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일시적으로 세율을 인상하고, 담배가격에 물가상승률을 연동해 지속적으로 인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 연동과 함께 주기별로 추가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교수는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금연사업 지출분이 미미하다는 점과 신설되는 개별소비세가 결국 정부 몫(한 갑당 2천원 인상시 218%)만 늘린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조세수입 확충을 위한 증세 아니냐”고 주장했다.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쪽에선 이번 인상이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폭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담뱃값 2천원 인상시 최저임금(연 소득 1127만원)을 받는 노동자 A씨(하루 담배 소비량 한 갑)는 연 121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며 “이는 시가 9억원짜리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세 혹은 연봉 4700만원의 근로소득세와 같다”고 지적했다. 

   
▲ 강기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담배세금 인상 찬반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유리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정창희 아이러브스모킹 대외협력팀장은 “이번 정부의 담뱃값 인상 목적이 흡연율 감소보다는 부족한 세수 확보에 있는 것 아니냐”며 “저항이 강한 담뱃세 인상안을 던져놓고 반응을 보면서 저항이 적은 주민세, 자동차세의 도미노 세금 인상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민형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은 “국가가 흡연자를 '죄악세'를 내는 '범칙적 국민'으로 몰지 말아야 한다”며 “담배 피는 서민 역시 성실한 납세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들에게 쾌적한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권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이번 담뱃세 인상으로 궐련공장, 담배 소매인 이익은 늘어나는 데 담배 농사 짓는 사람은 땡전 한푼 늘지 않는다”며 “정부는 입법예고를 하면서 고령 농민의 접근성이 낮은 온라인으로만 했고, 그것도 단 이틀만에 완료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찬성측 토론자인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담배 가격에 민감한 청소년이나 새로운 담배 진입층에게는 억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교수는 종가세 방식의 개별소비세에 대해서는 “유럽의 종가세 적용은 외산 담배에 대한 자국 담배 농민 보호를 위한 보호관세 측면이 강하다”며 국내의 종가세 도입은 큰 의미가 없다며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심혜정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세수추계과장은 “가격정책을 통한 흡연율 제고 방안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심영택 안전행정부 지방세운영과 과장은 물가연동제에 대해 “매년 물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흡연억제를 위해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을 병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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