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은 늘 편향성 시비에 휘말렸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 2년을 거치면서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공영성은 붕괴됐고 정권에 종속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사장 교체기마다 낙하산 사장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고 이후 보복과 숙청이 이어지는 것도 낯익은 모습이 됐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큰집’(청와대)에서 ‘조인트’를 맞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 대표적이다. KBS 길환영 사장 퇴진 과정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이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해법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길 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KBS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 구성을 보면 여당추천이사들이 이사회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7대4). MBC 사장을 임명하는 방송문화진흥회(6대3)도 마찬가지다.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 지난 15일 열린 '방송통신 정상화와 공공성 확대를 위한 제안' 토론회. 사진=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유승희·최민희·송호창 의원실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방송지배구조’ 토론회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이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우선 이사회 구조 개선을 언급했다. 그는 “MBC와 EBS의 이사회 규모(9명)를 KBS규모(11명)로 맞추고 여야가 각각 4인씩 추천하고, 나머지 3인은 여야가 합의를 통해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사장은 여야가 합의 추천한 3인 이사 중에서 호선하도록 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 야권추천이사는 “(방문진의 경우)이미 여권추천이사가 2/3를 점하고 있어 11명의 이사가 왜 필요한지 설명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이사후보추천위원회 30인 구성도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표방한 정치청부결사모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공영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진봉 교수는 이사회 구조 외에 공영방송 사장 선임도 ‘사장추천위원회’라는 별도의 기구를 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뿐 아니라 전체 방송사 이사와 사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이사회 회의를 공개하며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등 제작자율성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작자율성 확보가 보다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제작자율성 확보”라며 “내부 역량과 목소리를 계속 키워나가 수 있다면 최소한의 견제장치는 가동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제작자율성 확보가 보다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비우스 노영란 사무국장은 “공영방송 뿐 아니라 민영방송에도 시청자의회 등 다양한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조정하고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여야의 자의적인 로비에 의해 이사가 선출되는 것을 막고,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여당의 정치적 입김을 배제할 수 있도록 법률을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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