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허락 안 받고 인터뷰 하면 나 혼나요.”

이런 저런 취재를 하다 보면, 특히 상대적으로 약한 처지에 있는 자가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 혹은 기관을 비판해야 하는 내용의 취재를 하다 보면 이런 류의 대답을 종종 듣게 된다. 조직 혹은 그 조직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통제하려는 게 어디 뭐 하루 이틀 일인가.

늘듣게 되는 취재원의 거절 멘트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런 말이 나온 곳이 ‘대학’이라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진리와 학문의 전당’ 같은 지루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요즘은 진리 따위 내팽개치고 ‘취업 학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곳일지라도, 어쨌든 대학 아닌가.

충북도립대학(총장 함승덕, 이하 도립대)의 학내 언로 통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감지한 것은, 사실 옥천신문이 이를 보도하기 2~3주 전 쯤의 일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학내 문제를 지적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취재에 응하는 것조차 학교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 보니 다른 취재보다 훨씬 더 많은 품이 들 수밖에 없다. 수십 통의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 그러다 간신히 만난 취재원들은 다 같은 말을 내뱉을 뿐이다.

“학교 허락부터 받고 오세요.” 혹은 “기획협력처로 문의하세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내 언로 통제까지 하는 학교가 이런 내용을 파헤치는 언론에 취재를 허락할 리 없다.)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학교 승인 없이 인터뷰 했다가는 징계를 받을 수 있고’ 이는 ‘총장의 지시 사항’이라는 증언들을 어렵사리 확보했다.

물론 도립대는 이런 내용을 모두 부인한다. 그저 원활하고 체계적인 학교 홍보를 위해 언론 창구를 단일화 한 것이고, ‘징계’ 운운하는 것은 헛소문일 뿐이라고.

그러면서도 도립대는 올해 초부터 논란이 일었던 교원 성과평가나 학과 개편, 국비지원사업 선정 등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 학내는 물론 지역사회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일부의 딴지에 불과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현재 도립대가 안고 있는 문제다. 도립대가 ‘유신시대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이 말은 기자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취재 도중 만난 몇몇 취재원들의 입에서 실제로 나온 말이다.) ‘안습’ 상태가 된 건 그저 이 같은 일련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일고 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논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구성원들의 입을 막으면서까지 문제를 덮고 가려는 학교의 태도, 그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로 지목되는 함승덕 총장까지.

지난해 말 취임 직후 <옥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함 총장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열린 마인드’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언론의 인터뷰 요청은 물론 학내 구성원들의 면담 요청에도 ‘서면으로 질의하라’는 게 함 총장이 보여준 모습이다. ‘학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자행된 입막음이 이제는 그 자신을 향한 입막음이 되어버린 것일까.

   
▲ 박누리 옥천신문 기자
 

어쩌면 이런 문제 제기가 건방지다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내놓은 해명처럼 이것은 그저 일부의 딴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일부일지언정 학교와 함 총장에게는 성실하고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함 총장이 그간 누누이 강조해온 것처럼, 학교의 발전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원한다면 이제는 스스로 움켜쥔 그 통로를 놓아줄 때다. 그것이 학교는 물론 함 총장 스스로의 숨통을 틔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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