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박희태 전 국회의장(새누리당 상임고문)이 캐디를 성추행한 사건과 관련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박 전 의장은 지난 11일 오전 강원도 원주지역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20대 초반의 캐디를 수차례 신체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디는 신체 접촉에 항의해 골프장 측에 교체를 요구했다. 골프장 손님이 캐디 교체를 요구한 경우는 종종 있지만 캐디 스스로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캐디는 박 전 의장의 성추행 행위를 골프장 측과 동료에게 전했고, 다음날인 12일 원주경찰서에 박 전 의장의 성추행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희태 전 의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예쁘다 정도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신체적 접촉 수위가 높다는 진술 내용이 전해지면서 비난여론이 확산됐다.

특히 박 전 의장이 조선일보와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번 툭 찔렀는데 그걸 어떻게 만졌다고 표현하느냐”며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 않았다”고 인터뷰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어느 집안에서 손녀가 귀엽다고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냐’라는 비난과 함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 박희태 전 국회의장 ⓒ노컷뉴스
 

수사 당국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2일 원주경찰서는 고소장 접수 직후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가 바로 조사를 진행했다. 

강원경찰청 김성규 성폭력수사대 대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슈가 되는 사건이어서 우리 쪽이 맡았다"며 “오늘 출석 요구서를 보냈고 아직 답변(출석 여부)은 못 들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새누리당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언급조차 없고 사건이 터지면 으레 내놨던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원론적인 논평 조차 찾아볼 수 없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안타까운 사건인데 이런 상황에서 당이 논평까지 내기에는 이견이 있다. 정리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고, 팩트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박 전 의장이) 워낙 오래되셨고, 우리 당 상임고문으로 있는데 입장 내기가 그렇다. 현직을 맡고 계신 상황에서 많은 고문들이 있는데 모두 논평을 낼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야당은 새누리당에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는 “새누리당은 그동안 소속 인사들이 성추행, 성희롱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 때마다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정작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당 차원에서 박희태 전 의장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여성위원회 실무를 돕고 있는 여성국 관계자는 향후 입장 발표 계획에 대해 “정리된 입장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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